사춘기가 되면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한다. 똑같은 교복과 머리 모양이 아닌 독특한 개성을 뽐내길 원하고 남들이 그렇게 봐주기를 바란다. 한 마디로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달리 진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 때문에 괴롭고 힘들다. 76살의 엄마와 고등학생 딸이라니. 진아는 업둥이였다. 감진 마을에 버려졌을 때부터 마을 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자랐다. 진아가 무엇 먹었는지 학교에서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두가 아는 감진 마을의 아이가 된 것이다. 고향을 떠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벗어났지만 집에 다니러 갔을 때 이상한 소문과 마주한다. 자신이 장터를 떠도는 ‘꽃년이’랑 판박이라는 거다.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진아는 스스로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중학교 때 자신을 좋아했던 신우와 함께 꽃년이를 봤다는 장터를 뒤진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신우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시장 사람들이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병원에 가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신우가 말도 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학교로 돌아온 진아는 단짝 인애에게 고향의 소문과 신우에 대해 의논을 하며 도움을 청한다. 인애는 진아에게 신우라는 아이가 정말 존재하느냐고 묻는다. 그랬다. 신우는 진아에게만 보였다. 세상에나 제목의 꽃 달고의 뜻이 이런 의미였단 말인가?

 

 가장 친한 친구가 환영을 보는 아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니,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이 남들에게는 안 보인다면 나는 정말 미친 것일까? 인애는 진아를 그대로 존중한다. 진아 역시 자신의 증상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의 시작인 생모를 찾으려 노력한다. 인애와 진아를 도와주는 독특한 취향의 물리 선생님도 진아를 아픈 아이로 취급하지 않는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내 주변에 진아 같은 아이가 있었다면 조금은 무서워 거리를 두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부끄럽지만 그랬을 것이다.

 

 ‘나는 열여덟 살이다. 어찌 보면 어리고, 어찌 보면 십 대의 끝물 같고, 또 어찌 보면 욕 같은 나이다. 내가 체감하는 나이는 그다지 젊지 않다. 물갈이 때를 넘긴 실내 수영장처럼 고약한 비린내와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것 같다. 쉽게 말해 한번 갈아엎을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이대로 무심코 어른이 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나는 감히 역추행을 택한 거다. 미친 사람이나 한다는 역주행,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백 퍼센트 황천길로 간다는 역주행. 사실 이건 꽃년이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스티커를 똑똑 떼어낸 흔적처럼, 내 인생 곳곳에 빈 자국으로만 남아 있는 그는 누구인가? 한 번쯤 묻고 싶었다.’ (51쪽)

 

 사람들은 평범한 삶이 가장 좋은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범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삶이 있다. 진아의 삶이 그랬고 변태 취급을 받는 물리 선생님이 그렇다. 그러나 나를 안다는 건 중요하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작가 최영희는 대단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으니까. 그것도 청소년 문학에서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진아처럼 자신만의 꽃을 달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꽃의 이름과 종류가 다를 뿐이다. 그리고 살아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