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와 민구는 도심 외곽으로 나와 동거를 시작한다.  결혼식과 혼인 신고는 없어도, 여보-라고 부르면서.. 마음 편한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꿈꾼다. 그리고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허름하고 냄새나고 안 쓰는 광을  목욕탕으로 개조하기로 한다. (도심에서 벗어나 살아도, 안락한 목욕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집 맞은 편  숲 속 빈터에서 벌거벗은 채 자위 행위를 하는  무서운 노인을 목격하게 된다.  진희는 민구에게 노인의 기괴한 행동을 말하지만,  민구의 반응은 해결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진희의 행실을 의심하며 타박한다.  나중에 민구도 나체의 노인을 목격하게 되고,  둘은 함께 이웃들에게 숲 속의 빈터에 대해서 묻지만..  다들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  나중에 노인의 정체와 마을의 비밀은 밝혀지게 되지만,  그 노인을 사라지게 할 수도, 뒤늦게 노인과 과거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저 진희와 민구가 그의 존재에 깊이 신경쓰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수용, 극복하고 자신들의 방식과 노력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한 편의 소동극으로 볼 수도 있고 짧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의미가 발견 된다. 한국사의 비극,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처, 고통, 트라우마,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 극복해야 하는 과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소설의 주제의식이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지 않아도,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고 노인의 존재와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기까지  깜짝 놀랄 것 같은 두려움과 으시시한 기분을 들게 하는 작품이니..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