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기 전에, 또 읽고 나서 책의 안쪽날개에 실린 작가의 사진을 여러 번 들여다보았다. 덥수룩한 수염에 긴 머리,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는 저자 박민규의 사진은 작가라기보다는 락커의 모습을 하고 있어 하나의 반란처럼 느껴진다.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으로 바야흐로 프로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별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오던 사람들이 도태될 것인가 프로로 살아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이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탄생한, 인천을 연고지로 한 구단이다. 팀 최다 실점, 시즌 최소 득점, 팀 최다 홈런 허용, 시즌 최다병살타 등을 기록으로 갖고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5년 청보 핀토스로 매각되기까지 1983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만년꼴찌팀이였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프로만이 살아남는 경쟁사회에 찬물을 끼얹은 엄청난 야구팀이란 이 소설 속의 논리는 오로지 1등만을 지향하는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대답을 해준다.

 

주인공 '나'는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하고 아내에겐 이혼을 당했다. 그런 그의 앞에 친구 박성훈이 나타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나와 박성훈,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인 팬클럽 회원들은 삼미의 '치기 힘든 공은 안 친다, 잡기 힘든 공은 안 잡는다' 정신을 이어받으며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을 배우게 된다. '삼미정신'으로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상실했던 자아를 다시 회복하는 팬클럽 회원들의 모습은 의미도 없고 논리적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수사로 그려지지만,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켜가려는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프로'라는 말로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와 만나 색다른 감흥을 준다.

 

박민규는 계속해서 가볍고도 진지하고 무거우면서도 얼떨떨한 질문과, 그럴 듯하면서도 그렇고 그렇다는 식의 의뭉스런 대답을 내놓는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끌리고, 끌려가다 보면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매력임을 알게 된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가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심사위원이던 황석영 작가도 '심사위원들 사이에 '가벼움'이 잠깐 문제로 떠올랐지만 그 가벼움은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했다'고 말했을 정도니까.

 

낙오자에 대한 사회적 무시가 짙게 깔린 사회에서 삼미의 야구처럼 세상을 산다는 것은 엄청난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 사회에게 이 책은 말한다. 좀 지면 어떠냐고, 당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 자신을 소외시키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라고 말이다. 박민규가 제시하는 발칙한 삶의 방식은, 강자(혹은 승자)가 살아남는다는 세상의 명제를 무너뜨렸다.

 

오늘도 아마추어들의 승률 1할 2분 5리의 야구는 계속 된다. 플레이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