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소질 없는 터라 일찍부터 실기 포기하고
필기에 목숨걸고 겨우 성적 받던 학창시절이 있었지요.
그래도 사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난감해집디다.
만능 엄마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해야 아이에게 엄마 입장이 조금은 서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를 어쩝니까... 사람 그려달라고 하면 제가 그리는 게 이렇죠.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그 밑에 긴 선. 그 옆으로 오른쪽 왼쪽 가지 넷.
( 사람 얼굴)                                   (몸)                           (팔, 다리)

그러다 정말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책을 만났네요.
일단 아이에게 정말 여러 기능을 해요.

1. 동물 인지 그림책입니다.

48종의 동물들이 나오는데, 한쪽면을 큼직하게 장악(?)하고 있어서
울 아이는 연신 손으로 동물들을 가리키며 신나게 보네요.
동물을 그려가면서 이 동물에겐 어떤 특징이 있는지 관찰하는 힘이 생겨요.

2. 수학책이기도 해요.

아이에게 수학을 처음 가르칠 때 도형 개념도 들어가죠.
바로 사물의 모양에 대한 이미지와 감각을 익혀주기 위한 건데,
세모(정삼각형), 네모(정사각형), 동그라미(원), 긴세모(직각, 이등변),
긴네모(직사각형), 긴동그라미(타원)... 동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개념을 익힐 수 있어요.

3. 미술책으로 손색 없지요.

그림 기법과 기본 형태를 배울 수 있어요.
수직선, 곡선, 파선을 연결하면서 몇 번 선을 긋다 보면
그리고 싶었던 동물이 슥슥삭삭 그려지고 거기에 색깔을 입혀 완성!
자꾸 자꾸 그리다 보면 머리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구도, 비율, 입체감, 윤곽 들을
손으로 이해하며 알아갈 것 같네요.

4.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언급해 줄 수 있어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 숲 속 동물들, 바다나 강가,
산이나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사는 동물들, 초원과 사막에 사는 동물들을
한데 묶어놨네요. 

5. 4컷의 그림 그리는 과정 속에 이야기가 숨어있어요.

운율을 넣으면 시 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이어 만들면
그 동물에 대한 짧은 글이 나오겠어요.

예) 개미
여름 내내 쉬지 않고 일해요. (1)
그리고 겨울이 오면 사라지죠. (2)
아마도...                                      (3)
땅 속 깊은 데서 푹 쉬나 봐요. (4)

 

5. 동물이름을 영어로도 아는 센스.

차례를 보면 각 동물들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해 놨어요.
그래서 어떤 동물을 찾고 싶으면 한글보다 영어로 아는 게 더 빠르죠.
저도 잘 몰랐던 동물들(오소리 - badger, 따오기 - ibis, 긴이빨고래 - narwhale...)이
더러 보여서 엄마도 같이 공부 되네요^^

그리하여 엄마인 저부터 먼저 실습을 해 봅니다.
책 들고, 옆에 색연필과 종이 놓고.
이대로만 따라하면 과연 동물 그림이 나오겠나 하고요.
물론 제가 그린 그림을 이 동물을 그린 거라고 말해서 남들이 알아듣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제가 그린 게 이 동물이네 하고 알아주면 더 바랄 게 없죠.
그래서 요새 딸이 부쩍 좋아하는 코끼리, 기린, 하마, 코뿔소를 그려봤어요.
(하마는 점수 못 받았어요. 돼지 같다네요ㅜ.ㅜ)

해 보니 재미납니다.
도형 몇 개에 선 몇 개 그었는데 동물 그림이 되니까요.
미술에 대해 자신감이 붙을 수 있게 조금씩 연습해야겠어요.

미술젬병 엄마를 구해준 이 책이 바로 미술 선생님이랍니다.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