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끌렸던 책, 그래서 오해했던 책이기도 하다.

슬쩍 제목만 봤을 땐 딸에게 용기를 주는 27가지의 이야기를

생활 속에서, 상황 속에서 들려주는 수필 형식의 이야기인줄 알았다ㅜ.ㅜ

(요즘 부쩍부쩍 커가는 울 딸냄을 생각하며 기대한 책인데...)

 

알고 보니 외국의 전래 동화를 엮어놓은 것.

꼭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한 27가지의

각기 다른 동화가 각색되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져 담겨 있다.

열정, 용기, 지혜, 적극성, 대담함, 행복, 꿈...

이렇게 7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엮은 이야기들엔

여자들, 특히 소녀와 공주의 또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로 엮은 이야기들이

정말 그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러웠다.

예를 들면...

적극성이라는 주제 아래 묶여 있는 <라푼젤>, <장미 공주>, <클라라 장미 공주>.

<라푼젤>에선 마녀에게 비참하게 버림받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소녀,

<장미 공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제목만 바꾼 이야기,

<클라라 장미 공주>는 치아교정기로 놀림 받는 소녀가 자신과 같은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는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는 짧은 이야기였다.

도대체 이 3가지 이야기에서 무슨 적극성을 찾을 수 있는지.

대담함이란 주제 아래 있는 <빨간 모자> 같은 경우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형제의 이야기 뒤를 더 이어놓았는데

읽으면서 뭔가 억지 같이 마무리가 매끄럽지도 않았고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셋째 돼지가 늑대를 물리친

뭐, 그런 정도의 결론을 가지고 있어서 신선하거나 새롭단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뒷 이야기를 안 쓰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건 글 읽는 아이들에게 맡겨두면 뒷이야기 이어쓰기 같은 독후활동으로

작가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다면 속았다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전래 동화들을 얼기설기 엮어 놓고는 주제 몇 가지 정해서

책 제목을 아주~ 아주~ 엄마들 마음 와닿게 만들었기에.

뭔가 그럴 듯하게 포장해 놓은 선물을 풀어보고 실망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책 좋아하고~ 동화 좋아하고~ 이야기 좋아하고~

또 다른 외국의 전래 동화를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재미있게 볼 책이다, 책 제목과 상관없이.

출판사에서 편집을 다시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순전히 책 제목과 억지로 엮은 주제 편집 때문에 내용까지 평가절하되는 건...

독자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