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화자는 황당하게도 '음악'이다. 누군가를 살아 있게 하지는 못하지만, 영향을 미칠 수는 있는 존재. 아기가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났을 때, 가장 매력적인 색깔을 잡아 그 재능을 평생 가지고 가는데, 운이 좋은 사람들은 바로 자신을 선택한다고. 음악 말이다. 음악이란 존재는 프랭키 프레스토라는 전설의 기타리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그가 여섯 개의 푸른 기타 줄로 바꾼 삶들에 대해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등 실존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로큰롤 스타, 프랭키 프레스토는 극중 허구의 인물이다. 하지만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섞인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마치 실존 인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페인 내전이 한창인 1936년에 비야레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던 그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양아버지와 개와 함께 가족이라는 '3인조 밴드'에 합류하게 된다. 작가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재 자매들과 함께 시작된 가족이라는 밴드에서, 어느 순간은 우정을 통해, 또 언젠가는 로맨스를 통해, 이웃, 학교, 군대를 통해서 말이다. 물론 여러 다양한 이유로 영원히 지속되는 밴드는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모두 자신만의 파트를 연주하면서 밴드에 영향을 주고 그만큼 영향도 받게 된다. 우리가 삶이란 형태의 시간을 계속 거쳐가면서 말이다.

프랭키는 우연히 만난 기타 스승 엘 마에스트로에게 수업을 받으며 점차 최고의 실력을 가진 기타리스트로 성장하게 된다. 재능이란 신의 그림자라 그 아래에서 인간의 이야기들이 서로 교차한다는데, 이런 천재적인 뮤지션들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의 삶은 평탄하게 흘러가지 못하고, 전쟁의 비극 속에서 세상 곳곳을 떠도는 방랑 뮤지션처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시절 속에서도 영국, 미국으로 건너가 화려하게 비상하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엘비스의 대역으로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노래하고, 존 레논, 폴 매카트니와 파티를 즐기고, 리틀 리처드의 히트곡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는 등 엄청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미치 앨봄이 음악 밴드를 우리네 삶과 비교하는 부분은, 하나의 밴드가 생겨나 사라지고 해체되는 모습이었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가 자신만의 파트를 담당해 화음을 조화롭게 만들고 하는 모습 또한 밴드라는 단체와 기묘하게 닮아 있다. 프랭키는 평생 엄청나게 많은 밴드에 몸담았고, 그들 모두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받고 자신도 영향을 주었다. 인간이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프랭키라는 천재 뮤지션의 삶과 그의 연인 오로라와의 사랑이야기가 함께 펼쳐지고 있어, 얼핏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나처럼 미치 앨봄 특유의 따뜻함이 페이지마다 넘쳐 흘러서 마치 봄 날씨 같은 기분마저 들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