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타라

조정은 수필집|에세이스트사

 

몇 번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다시 글을 쓴다. 수필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글을, 저자에 대해, 글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어떤 평을 내린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은, 나는 수필을 좋아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책 『그것을 타라』역시 좋은 책이라는 사실이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런 이야기가 있을 법도 하다지만 실제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별로 감흥이 없다. 그러나 인간극장 같이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실제 사람의 이야기,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런 나는 이런 수필이 좋다. 수필에는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조정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형제자매, 부모의 이야기, 결혼에 대한 이야기, 남편,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녀의 삶의 어떤 순간순간들을 캡처 하여 놓은 듯 보이는 글이다. 그 그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와 내가 하나가 된 듯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수필은 저자와 나를 한 공간, 같은 시간에 있게 하는 마법과 같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이야기이다.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어쩌면 쉽게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많이 숨긴 듯 보이는 부분이 많다. ‘단순함에 대하여-시저리 언니’ 부분을 보면 바보 같은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언니에 대한 안쓰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언니에 대한 연민, 걱정, 사랑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자신의 감정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나라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서 학교에 가게 할까 등 생각을 하곤 했다.

 

‘장삼자락을 여미면서’를 보면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그 속에 자신의 결혼이야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어찌 읽으면 그냥 별 이야기도 아닌 듯 스쳐 지나가게, 그리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 듯, 자신과 남편의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왠지 그 짧은 이야기가 정말 멋있게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독자로 하여금 더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것이 저자 조정은의 글쓰기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녀 인생의 전반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펼쳐질 후반전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그녀의 가족, 남편이나 자녀가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는지,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이야기로 꾸밀지 궁금해진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기에, 후반전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언젠가 그녀가 그녀 인생 후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꼭 들어봐야겠다.

 

저자 조정은이 비오는 날 만난 낯선 사람으로부터 받은 우산이 뜻밖의 기쁜 선물이 되었던 것처럼, 이 책도 나에게 뜻밖의 즐거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