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와 빵’이라는 단어는 겨울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두 단어에서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는 가벼운 한 끼 식사가 떠오른다. ‘지친 영혼을 위한 소울푸드’라는 부제가 딱 어울릴 만큼 꽁꽁 언 손과 마음을 녹여줄 것 같은 소박한 한 끼가 떠오르는 책이다. 계절과 시간, 기분에 따라 다양한 수프가 탄생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수프’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메뉴가 얼마 없었던 내게 정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수프 활용법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수프를 만들기 위해 내는 육수에 관한 조언에서부터 저자의 세심함과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소금을 넣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수프와 대화한다는 표현력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한다. 책의 순서도 내가 처음 느꼈던 딱 그 느낌대로 이어진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것들로 속을 데워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을 지나 봄과 여름으로 이어진다. 묽은 수프보다는 걸쭉한 느낌을 더 좋아하는 내게 포타주는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적합한 메뉴로 다가온다. 수프라고 하면 가벼운 한 끼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좀 더 묵직하게 속을 채워주는 것들이 더 믿음직스럽게 다가온다.

 

죽과 같은 형태로 인식하게 되는 수프에 의외로 많은 고명과 토핑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죽과 수프라는 단어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수프에는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생선과 바지락으로 끓여내거나 그릴치킨이 얹어진 메뉴는 찌개처럼 다가와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번 푹 익혀낸 재료들은 소화도 잘 될 것 같아 다양한 연령이 먹는 가족 식사에도 적합하게 다가온다. 소화가 빠른 만큼 든든한 식사가 되어주지 못할 것 같지만 빵에 곁들이는 치즈나 계란, 햄이 적절히 어우러진다. 조금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는 메뉴에는 콩이나 닭고기가 곁들여지면서 단백질 섭취도 충분한 식사가 되는 것들이 많다. 수프 하나로 다양한 야채를 섭취할 수 있어 건강식에도 적합한 메뉴라는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까지 채워주는 수프가 이번 겨울 좋은 소울 푸드가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