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취미’란 무엇을 뜻하고, 어디까지를 취미의 영역에 두어야 할까?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단순히 즐거움과 흥미를 위주로 이어나가는 행위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취미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취미가 인생을 바꾼 아홉 명의 여자들 이야기가 나에게 취미가 어디까지 깊어지고, 나아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1930년대에 사로잡힌 수집가, 연기에 사로잡힌 영혼, 빅 웨이브에 꽂힌 서퍼, 집 팔고 떠난 세계여행가, 이름보다는 향기로 기억하는 여자, 살사에 인생을 건 청춘, 맏며느리의 고충을 흙을 만지며 달래는 사람, 취미 때문에 대학을 두 번이나 때려 치거나 화려한 직장을 버리고 태어난 바닷가 섬으로 돌아간 사람. 사진이나 커피, 여행은 나도 관심 있어 하는 분야라 목차만 봐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겠다 싶었는데, 웬걸 그녀들의 사연 앞에서는 좋아한다는 식의 호감 정도로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울 만큼 열정이 너무나도 뜨겁다. 여기에 소개된 취미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들고, 자신의 고통과 고뇌를 연료로 하며, 인생을 품삯으로 바쳐야 되는 깊이가 있다.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욕망에서 시작한다.

욕망을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진정 중요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있기는 한 건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여자는 자신의 욕망보다는

타인의 욕망을 우선시하도록 강요받는 환경이 주어진다. 슬픈 일이다. (50쪽)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지만 내가 현재 즐기고 있는 사소한 취미에 비해 책에 소개된 그녀들의 사연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있어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 때의 원래 가졌던 즐거움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는 나의 편견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들은 자신이 하던 일에 매여 일상에 묻히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가정주부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는 자신의 책임이 다할 때까지 인내하는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사연자들뿐만 아니라 저자의 이력만 봐도 엄청난 취미 애호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들 모두 일단 한 번 좋아지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무언가에 몰입해 시간을 쏟고 투자를 하는 만큼 통장의 잔고는 줄어들겠지만 인생의 경험치와 기쁨, 나를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를 통해 맛보는 기회의 연장선까지 취미가 갖는 ‘가치’를 매기는 일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당신은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그냥 감사하세요. 왜냐구요? 우리는 이것을 단 한 번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아요... 그러니 부디 즐기세요.” (37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미가 갖고 있는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명 100세 시대에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은 삶의 질적인 문제를 떠나 수명에도 영향을 준다. 어떠한 사심도 없이 그저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인생의 ‘취미’가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를 ‘발견’해 가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본업을 무시한 채 좋아하는 일에 무턱대고 뛰어들라는 말은 조심스럽다. 가정을 꾸리고, 일도 하는 여성들에게 취미를 키우기 위한 여가를 확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고 뛰어들 용기만 있으면 충분히 무언가를 시작하고도 남는다는 걸 글쓴이도 알고 독자들도 잘 알고 있다. 책에 소개된 그녀들 또한 피곤하고 힘들고, 충분하지 않은 경제여건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꾸준히 만들어 간다. 때로는 충분한 휴식으로 푹 쉬어야 할 때도 있지만, 앞으로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정신을 충전시켜주는 것은 결국 내가 행복을 느끼는 시간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 지속시키는 과정 속에서 몰입을 통한 행복 외에도 그로 인해 새롭게 만나는 관계는 인생의 다른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결국엔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해지기 마련이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려 한다면 곁에 있을 사람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곁에 누군가가 없어도 혼자 즐기고, 놀며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누군가와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실천하지 않았다는 건 진정 바라지 않았다 와 동일하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왜 실천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용기의 문제이다.

자신의 취미를 현실로 옮길 모든 여건이 준비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339쪽)

삶은 지나간 과거에 있지도 않고, 다가오지 않은 먼 미래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언젠가의 행복한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절대 가질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자기 계발서에서 ‘사람이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 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참으로 솔깃한 말이 아닐 수도 없다. 하고 싶은 그 일에 대해서 내가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은 결국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내가 못하는 일에서 누군가 재능을 보인다면 멋있다는 생각은 해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결국 그녀들도 한목소리로 말한다. 생활에, 일에, 육아에 치여 무언가를 단념하려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이다. 그것은 지역 문화센터에 등록해 수업을 듣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나도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앞서 매번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겁부터 집어먹고는 하지만, 도전이 실패한다 해도 생각보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따지고 보면 취미를 하는 시간이 꼭 행복으로만 가득하지도 않다.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에서는 심하게 다치기도 하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을 겪기도 하지만 결코 그 일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어찌 보면 취미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내가 살아있다는 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어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