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전문의로 33년간 일과 육아를 병행한 저자가 이제는 다 성장한 딸의 결혼과 함께 찾아온 독립된 존재로서의 자식을 의식하고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담은 책이다. 엄마의 마음이 가득한 책이라 무엇보다 딸의 입장과 고충을 걱정하고 조언한 말들이라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자식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의 효도라고 여기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식만의 특성과 문제를 삼지 않고 정신분석 전문의답게 비슷한 또래가 겪는 여러 문제를 언급하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과 그 원인을 의학적으로 말해주기도 하며 어떤 식으로 생각을 바꿔 살아야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갈 수 있을지를 현명하게 제시해준다. 특히 요즘 들어 강하게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보다는 우선 나를 먼저 챙기고 내가 행복해져야만 다른 이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 속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자신의 중심을 찾으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평생 알게 될 모든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결코 떠나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을 유일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p.19)

책에 나오는 현명한 조언들 중에는 비슷한 시기의 청춘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지만 무엇보다 엄마만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내용이라 주의 깊게 듣게 된다. 그중에서도 결혼생활에 관한 부분은 지나치게 조건적으로 변한 요즘의 배우자 기준에 일침을 가하며 대화가 되는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임을 일러주며 평생 동안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라는 말이 깊이 있게 다가왔다. 특히 남녀 간의 관계에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배우자 감으로 어떤 사람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서 남자가 세운 조직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그들에게 배울 점이 뭔지를 알려주는 부분도 단순한 남녀 차별적인 상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혀줘서 귀담아듣게 된다.

사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심플하다. 우리 인생에서 돈으로 해결되는 고통은 고통이 아닐 수도 있다. (p.51)

미완성을 견디는 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일단 하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되면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p.87)

아기가 처음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한다. 하지만 점차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고 옆 사람과 경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잘했으면 싶은 욕심을 내비친다. 그러다가 아이가 어른이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찾으며 가족을 꾸려 생활하며 겪는 많은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를 지켜보며 그저 자식이 행복하기만을 바라게 된다. 어떻게 보면 부모의 시각으로 삶을 잘 살수 있는 방법을 축약하면 건강하게 자라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큰 효도임을 느끼게 된다. 아직 자식의 입장으로 살아온 세월을 떠올리며 나의 행복을 위해 먼저 중심을 잡고 나를 찾는 일이 우선임을 이 책에서도 느끼게 된다.

혼자임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진정 자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만이 타인을 파괴하지 않고 질식시키지 않는 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