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땐 어느 일본인의 핀란드 여행기인가 싶었는데 책 소개를 읽다 보니 영화 <카모메 식당>과 드라마 <수박>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배우가 썼다는 말에 강한 흥미가 생겨 읽게 되었다. 저자는 <카모메 식당> 촬영차 방문한 핀란드에서 한 달을 지내고 여행 마니아답게 하루 이틀 더 시간을 내어 핀란드 농장체험까지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현지의 문화를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그녀의 발걸음이 유쾌하고 재미있고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한 글을 읽을 때는 당시의 느낌이 잘 전달되어 즐거운 느낌이 전해진다.

 

온화한 가운데서도 자잘한 실수를 되풀이하며 보낸 즐거운 날들이었다. (p.143)

 

핀란드 하면 왠지 일본이 떠오르는 것이 아마 <카모메 식당>을 통해 북유럽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나 또한 영화를 통해 현재까지 그들의 문화나 디자인,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데 확실히 일본에선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음을 그들의 정서를 통해 느끼게 되기도 한다. 특히 책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 ‘무민’에 대한 저자의 향수와 캐릭터의 고향인 핀란드 헬싱키와 시골 숲에서 느낀 ‘무민’에 대한 감정이 어렸을 적 좋아했던 만화 캐릭터에 대한 나의 향수를 불러와 잘 알지 못하는 만화였음에도 큰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 밖에도 여행 중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가능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점도 여유를 주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는 부분이었다.

 

기묘한 이야기를 빈약한 영어로 말해 봐야 아저씨에게는 불평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p.149)

 

저자가 핀란드에서 겪는 일화들은 그녀의 대범함과 솔직함, 털털함이 엿보여 대리만족을 느끼며 여행이 주는 모험을 통해 즐거움을 준다. 반면에 여행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로의 삶으로 시차 적응을 하는 부분에선 한국과 비슷한 면모를 보게 되어 여행에서 얻은 여유를 통해 조금은 짜증스러운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공감하게 된다. 여행이 주는 이로움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여유를 되찾아 준다는 점이다. 일분일초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인으로서의 삶에 인상을 찌푸리며 일하다가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느끼고 돌아와 똑같은 현장에 속해서도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유. 그런 여유를 한 번쯤 맛보았다면 굳이 여행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자신을 비우고 마음을 환기시킬 수 있는 시간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부조리에 일일이 눈초리를 세우고 작은 복수를 반복하기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무기를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유라는 무기, 지금까지 어째서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듯이 살아왔는지.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