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각만큼 서점에 자주 가지 못한다

거의 두 달 전에 간 게 마지막인 것 같아

가끔 들르는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을 만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고 말았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어쩐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더니만...내 예상대로 과연 심상치 않은 책인 것이 분명했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처음에는 이기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쓰는 나쁜 의미의 '이기적'은 아닐꺼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를 위한다'는 것이 정확히 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 본인을 제일 잘 알 것 같은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나부터가 '이기적'이라는 말을 쉽게 쓰는 것 같지만....막상 어떻게 이기적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제깍 대답할 수 없을테니까..

왠지 이 책을 읽으면 나를 위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은 최갑수 씨의 포토에세이이다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어서인지 작가적인 냄새가 풍겼다고나 할까...

몇 장의 책장을 넘겨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때로는 두루뭉술하게, 때로는 매우 세밀한 표현으로 여행 중 오는 모든 것들을 표현한다

그래서 어느 때는 난해한 말을 하는 것 같고, 어느 때는 구체적인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가끔은 작가의 생각을 가만히 앉아서 따박따박 받아먹는 아무생각 없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래, 이거야'하면서 꽤나 제스처가 큰 공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비록 내가 직접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서지는 않았지만 난 작가와 함께 여행을 했다

여행은 무엇을 취하는 길이지만 거꾸로 무엇인가를 버리기도 하는 길이다

작가와 함께 여행하며 내 지난날 어딘가에 들어있던 소중한 기억의 단편을 고이 꺼내서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얻기도 하고, 작가의 조금은 심오한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슬쩍 책장을 넘기는 나의 모습과 마주하기도 했다

작가의 눈으로 찍은 사진을 나는 같은 혹은 다른 시선을 바라보고 있고,

작가의 마음으로 담은 글을 같은 혹은 다른 생각으로 이해했겠지

홀로 여행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와 같은 여행서를 읽다보면 언제나 물음표를 던지는 질문이다

여럿이서도 여행을 해 본 적도 드물고, 더구나 혼자서 여행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이런 책을 통해서 미지의 세계를 구경한다

언젠가 혼자서 여행을 하다보면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다

일상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숨겨져 있던 나의 감정, 느낌, 삶의 자세,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에 대한 생각들이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홀로 하는 여행은 나를 되돌아보는 성찰을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자기반성과 성찰을 동반한 여행이야말로 어쩌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로써 '나를 위한다'의 하나의 방식을 배웠다

혼자 여행을 떠나보라는 것!!

평범한 것들을 카메라로 찍어보고, 보고 느끼는 것을 놓치지 말자는 것!!

여행과 여행 중에 모든 만남은 그저 흘러가는 것인 것 같지만 결코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내 마음과 머릿 속에 흔적을 남기고 추억이 된다

이것의 축적이 지독하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되돌아보는 '이기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 될 지어니....

"흔적이 없으니 추억이 없겠고
 추억이 없으니 외롭지도 않겠군." 

	서른 다섯. 이젠 슬픔도 아주 구체적으로 다가온다....중략....서른 다섯. 슬픔의 무게도 잴 수 있을 것 같은 나이.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