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 어느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

이것은 태어나는 사람도,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부모가 누구이고, 내 형제가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아이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떨어져야 하는 아이들

심지어는 부모의 손길을 받다가 버려지는 아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나야 할 일종의 권리를 그들은 아무런 선택권없이 박탈당하게 된 것이다

<엄마에게 가는 길>의 저자인 아샤 미로, 그녀는 인도의 딸로 태어났다

7살 때까지 인도에서 자랐지만 스페인의 어느 가정으로 입양되어 스페인의 딸로도 자라게 되었다

아샤에게 정성을 다하고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듬뿍 사랑을 받고 좋은 환경 속에서 교육도 받고 자랐지만 그녀의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이 궁금점들은 항상 아샤에게 슬픔과 외로움을 가져다주곤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누구이고, 누구의 자식인지, 내 부모님은 어떤 사람인지, 다른 형제는 없는지, 우리집은 어떤 분위기인지 등등 알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아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상상속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면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아샤는 훌륭한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스페인의 부모님은 아샤가 스페인의 생활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셨고, 아샤도 차츰 이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인도의 수녀원에 있을 때 부모님을 만들어 달라는 아샤의 바람이, 아샤의 꿈이 정말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린 아샤가 수녀원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이같은 소원을 빌 때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린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부재만큼 슬프고 아픈 일이 있을까..

아샤와 같이 좋은 가정으로 입양되어 희망적으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

아샤는 인도를 떠난 지 20년 만에 떨리는 마음을 안고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에게 인도는 자신을 버린 나라이기도 하지만 아샤를 존재할 수 있게 해 준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도는 아샤의 친부모님의 땅이기도 하다

아샤가 인도로 향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년을 스페인의 딸로 자라난 아샤이기에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인도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때로는 처참하고 비참하기까지 한 인도의 실상을 보며 아샤는 혼란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인도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자랐지만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을거라 믿었던 인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무엇보다 인도사람들에게 아샤는 그저 유럽의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자일 뿐이었다

사진 속의 아샤는 인도의 모습과 어우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샤는 처음 인도에 봉사활동 차 찾아갔을 때 그녀의 가족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떠났다

다만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세 번이나 버리려고 했다는 슬픈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인도여행 이후 그녀는 두 번째 인도여행을 떠난다

그리? 있게 된다

아샤의 어머니가 그녀를 낳고 얼마 안있다 죽자 그녀의 아버지는 갓난 아샤를 아샤의 이복언니에게 맡기게 된다

이복언니는 아샤를 정식으로 입양하려 했지만 시아버지의 반대로 결국 아샤를 수녀원에 맡겼던 것이다

아샤의 가족은 최선을 다해 아샤를 지켜주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샤가 좋은 곳에서 더 잘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녀원을 찾아갔던 것이다

아샤는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제외하고 그녀의 이복언니와 가족들, 이름이 같은 친언니인 아샤와 그녀의 가족들과도 재회하게 된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아샤는 그들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조카들이 자신과 닮은 것이 아샤는 너무나 신기했고, 이런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샤는 자신을 입양하려 했던 이복언니를 통해 그녀의 친엄마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아서 생김새를 볼 수 없었지만 이야기만 들어도 아샤는 엄마를 느낄 수 있었다

아샤는 이렇게 가족을 찾으면서 비로소 진정한 인도의 딸이 되었다

아샤가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찾은 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이라는 게 뭘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늘 곁에 있어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잘 모르고 살았던 나에게 <엄마에게 가는 길>은 내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하는 것 같다

<엄마에게 가는 길>이라는 제목도 참 좋다

아샤의 어머니는 비록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 아샤에게 인도 자체가 엄마이지 않을까...

엄마에게 가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길일 것만 같다

어떤 힘겨운 일, 슬픈 일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평안한 길일 것만 같다

엄마에게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보면 길 끝에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향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을 꿈으로 밖에 꿀 수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현실에 또 한번 마음이 아프다

엄마에게 가는 길을 평생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아샤처럼 입양을 통해서 좋은 가정, 좋은 부모님을 찾길 바란다

가족의 소중한 의미와 입양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엄마에게 가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