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오랜만에 읽는 추리소설이었다

추리소설이기에 긴박함 속에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게다가 딘 쿤츠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거라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새하얀 표지와 깔끔한 타이포그라피의 배열이 오히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읽기 전부터 긴장을 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추리소설에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계획된 살인과 관계된 이야기라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는 인간 내면의 바닥에 깔려있는 본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특별한 이유없이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해 혹은 분노감을 표출하기 위해 살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고한 피해자는 어떠한가..

그들에게는 한없는 공포와 두려움, 불안감이 덮쳐온다

피해자의 가족은 또한 어떠한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분노, 모멸감을 맛봐야 한다

그렇기에 추리소설에 나오는 인물들한테는 인간의 숨길 수 없는 성향이 드러나는 것 같다

<벨로시티>에 나오는 빌리와 래니, 스티브와 발리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인간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나온다

범인은 빌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그렇지만 빌리의 선택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빌리는 살인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빌리 자신이 직접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음에도 빌리는 살인의 선택을 한 주범자가 되는 것이다

빌리는 범인이 조작한 선택 앞에서 무기력하게 조종당할 뿐이다

작가는 범인을 매우 치밀한 인물로 설정했다

선택권을 빌리에게로 넘기면서 자신은 빌리가 선택한 살인을 행동으로 옮길 뿐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여기에서 범인은 빌리의 인간적인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록 빌리의 동료인 스티브가 공조한 범행이라고는 하지만 소설의 초반에 발리스와 빌리의 대화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발리스는 빌리와의 대화로 빌리를 한눈에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작가는 빌리 역시 치밀한 인물로 내세웠다

빌리는 14살 때 부모를 죽이고 그때 만난 보안관의 일들로 경계심이 남다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빌리는 범인으로부터 쪽지를 받았음에도 경찰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사건해결에 나선다

범인의 행로를 역추적하며 범인을 찾아나서는 빌리에게서는 결연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벨로시티>는 책의 제목처럼 속도감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분량은 500페이지가 넘지만 살인은 단 며칠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은 매우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이 정교한 시간의 흐름은 읽는 이로 하여금 속도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쉴 새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무리가 이루어질 때쯤 작가는 반전의 장치를 만들어놓음으로써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 소설의 단연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덕에 오래만에 추리소설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벨로시티는> 단순히 사건의 나열과 사건의 해결만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예리함과 유기적인 구조, 인물간의 관계가 조화롭게 얽혀 있어서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