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돈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헌데 여기에 뻬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성공'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이 다르고 그것의 기준 또한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꿈꾸고, 누군가는 성공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도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성공'에 대해 다룬 책들이 많았다

'성공'이라는 짧은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우리의 두 눈을 잡고서는 잘 놓아주지 않았었나 보다

이름만 대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유명인사들의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서부터 성공하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만 한다는 식의 방법론을 제시한 책까지...

표현한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결국 그것들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성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아웃라이어>를 접했을 때 '또 성공 이야기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이야기는 없겠지만 무난히 적당히 재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런데 앞면을 자세히 보니 <아웃라이어>라는 큰 제목 위에 '성공의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보였다

자세한 것은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지만 <아웃라이어>의 내용에 대해 가장 큰 힌트를 주는 것은 바로 그 부제였다

<아웃라이어>는 단순히 '성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성공'의 기저에 깔려있던  배경에 초점이 있었던 것이다

 

<아웃라이어>는 크게 '기회'와 '유산'이라는두 가지 테마로 나뉜다

'기회'에서는 마태복음 효과라 일컬어지는 캐나다 하키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1만 시간이라는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빌게이츠와 비틀즈의 성공요인에 대해 밝히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위기에 빠진 천재들이라는 타이틀로 지능과 성공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하고, 크리스 랭건과 오펜하이머를 비교하여 가정환경과 집중양육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1장 마지막은 미국 기업합병인수 소송의 대가인 조셉 플롬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교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기회'의 테마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었을 때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성공에 대해 다루었던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책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불우하고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개인의 확고한 의지와 부단한 노력이 있다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1월에 태어난 캐나다 하키 선수와 1955년에 태어난 빌 게이츠, 함부르크에서 1만 시간이나 연습할 기회가 있었던 비틀즈는 시대적 배경과 주변의 좋은 환경, 그리고 본인들의 재능과 노력이 결합하여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 성공의 개념을 뒤집는 것이다

특히 천재였음에도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지 못했던 크리스 랭건과 그에 반해 위기가 있었지만 집중양육의 혜택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비교는 기회를 잡은 사람과 잡지 못한 사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조셉 플롬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인생역전이라고 할 만하다

유태인이었던 조셉 플롬은 당시 북유럽 혈통의 백인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기업의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한 소송건을 처리하면서 이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었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는 성공할 기회를 얻었다

 

2부 '유산'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트 출신의 사람들이 미국 남부에 거주하면서 그들의 명예 문화에 뿌리를 두며 살아왔다는 켄터키주 할란의 미스터리의 이야기와 간접화법이 가져오는 불상사를 다룬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을 말하고 있다

또한 숫자를 발음하기 쉽고 쌀농사를 하는 아시아인들의 성실함이 밴 문화로 인해 아시아인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쌀농사 문화의 교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유산'테마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끈 이야기는 괌 추락사고를 다룬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이야기를 다루어서인지, 그리고 내가 아는 사건이어서인지 더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게다가 권력지수로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는 사실은 새삼스럽게도 놀라웠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수직구조가 강한 나라이라고 해도 권력지수가 그렇게 높을 지는 몰랐다

또한 영어의 숫자 말하기와 중국의 숫자 말하기에 엄청난 차이가 있고 그것이 결국 수학을 다루는 태도까지 영향을 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가끔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수학이나 과학올림피아드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러한 영광 뒤에 쌀농사 문화가 있다는 것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아웃라이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기심을 놓지 못하게 만든 책이었다

기존의 성공에 대한 개념을 180도 뒤집어 놓을 만한 여러 사례와 통계학적, 문화적, 사회적인 근거는 쉽게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비유를 하자면 천동설이 지배하던 시기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같은 책이라고 할까..

성공은 결코 개인 혼자서만이 이루어내는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환경과 기회 그리고 유산의 결합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헌데 어떻게 보면 말콤 글래드웰이 꼽는 성공요인인 '기회'와 '유산'은 모두 타의적인 것인 것 같다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선택당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라와 연도를 결정짓고 태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이것들은 순전히 운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좋은 배경과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얼마나 좋은 기회와 환경이 주어졌는지도 모른체 그것들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웃라이어'는 좋은 환경속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끊임없이 갈고 닦았고, 그러다 그들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기에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므로 우리 모두 '아웃라이어'가 되지 못했다고 나를 탓할 필요도 환경을 탓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