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펴 본 장운은 화들짝 놀랐다. 글자가 씌어 있었다. 누이와
같이 외우며 신기해 하던 바로 그 글자들이었다.

 아바니믄

  종이를 든 장운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장운은 더듬더듬 글자를
짚어 나가며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그것은 분명 누이가 장운에게
하는 말이었다. 74p

어린이창작동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마도 어렸을 때 동화책도 못 읽고 커서 아동용 책은 별로이다.
책이라는 걸 접하고 보게 된 것이 중학교 이후라서 어린이책에 대한
자격지심이 은연중에 자꾸만 삐져나온다.

[초정리편지]는 이런 나에게 국민학교 6학년때 읽은 책을 생각나게
했다. 제목도 기억 안나고 내용도 잘 모르겠지만 석수가 주인공이였던
책을 추억하게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에 임했다.

주인공은 장운, 누나 덕이, 홀아버지, 덕이를 좋아하는 오복, 장운을 
좋아하는 난이, 한글을 우연히 가르쳐주시는 토끼눈 할아버지 세종대왕
등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요한 흐름은 한글을 배우고 쓰고 제목처럼 편지도 주고 받는
거다. 그러나 나는 장운이 석수일을 배우면서 돌안에 들어있는 어떤 물체를 
조각하는 이야기에서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가 떠올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장운이와 덕이가 편지를 주고 받는 부분에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이 책은 글을 쓰고 내 마음을 보낸다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글을 못 읽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조선시대 
배경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해독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슬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토끼눈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건 역시나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