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성탄절 카드에 나옴직한 겉표지의 오두막을 보며 나는 어렷을 때 외갓집 동네의 산기슭 낮은 골짜기에 얼기설기 장작으로 지어진 그 오두막이 떠올라 책을 잘 못 선택했단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본 외갓집동네의 그 오두막을 사람들은 상여집이라 불렀다.

장례를 치루기 위한 상여와 용품들을 보관하던, 한동네의 공통살림이던 이 상여집을 지나칠 때마다 무섭다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곳. 
책 펼치는 일을 몇번 미룬 이유이며 <시작하는 말>을 세번이나 읽은 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며 달라진 책읽는 습관 중에 정독을 하는 것이다.
시험준비를 하는 것 처럼, 밑줄도 치면서 아주 천천히 읽고 가끔 즐거리를 생각한다.
그러나 예전보다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은 훨씬 줄어들어 어느부분은 몇번씩 읽곤 한다.

초반부를 지나자 책 읽는 줄거리 입력이 빨라지고 다음장을 기대하며 쉽게 읽어지곤 했는데 이 책을 한마디로 내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애프터서비스' 라고 해보았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회복을 아주 명쾌하게, 쉽게 풀이한 것을 보고 지은이에 대해 다시 읽어보았다.

지은이 윌리엄 폴 영은  '오두막'을 치유를 찾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 거대한 슬픔이라 여겼으나  자신의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가지를 해보이고 싶어 시작한 작업으로  50세가 되던 해 '복구와 화해의 시간이 될 희년을 맞이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오두막]을 쓰기 시작했다.

 자녀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야영장에 간 맥스는  보트를 타던 두 아이가 물에 빠져 구하는 동안 막내가 유괴되는 사고를 당한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어린이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고 밝혀졌지만 딸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심적으로 힘든 날을 보내다가 폭풍우가 심하게 불던 어느 날 딸이 살해된 오두막으로 오라는 파파(하나님)의 초댓장을 받는다.

그리고 그 오두막에서 맥은 흑인여성의 모습을 한 하나님을, 못생긴 모습의 목수인 예수를, 사라유라 불리는 영을 만나 일주일을 보내며 마음에 생긴 그 커다란 상처를 치유받으며 하나님과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미시를 만나 장례를 치뤄주고 범인을 용서해주는 일까지 겪게된다.

 치유프로그램을 받다보면 가장 먼저 우리가 생각하며 짚고 가는 일은 육신의 아버지와의 관계청산이다. 이것을 통과해야 하나님아버지와의 진정한 만남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아빠와의 관계가 다 좋아 특별히 아빠로부터 상처받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옛날, 뭐 나의 시대에는 대부분의 아빠들은 가정에서 가장 무섭고, 중심이 되는 어른으로 아빠와 같은 상에서 식사도 못할 뿐 아니라 아빠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는 일은 다반사요,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기도 했다.
나는 아빠로부터 부당한(?) 칙사대접을 받으며 항상 내 곁에서 내 편이 되어주셨으며 지금 아이들 못지않은 사랑을 받아 정신적으로 아빠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정도인지라 굳이 아빠와의 과거청산 할 일은 없다.
치유프로그램을 받으며 내가 정신적인 평안함에 안일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고 감사한 일이 있다.

맥이 오두막에서 만난 파파는 흑인여성의 모습이었다.
맥 뿐 아니라 대두분의 사람들은 반지의제왕에서 나오는 긴 턱수염을 휘날리는 거구의 백인할아버지 같은  종교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천지창조가 붕괴된 이후 진정한 아버지상이 어머니상보다  훨씬 부족하여 생기는 엄청난 문제 때문에 아버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파파의 말을 이해하며 파파와 예수님과  사라유와의 만남을 통해 치유받으며 하나님과의 정상적인 관게를 회복하게 된다.

세상에....
성삼위일체에 대하여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낸 기술이라니...

내게도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는 아직 용서하지 않은 일이라고 떼어놓았을지 모른다.배려와 희생과 봉사의 은사가 배어있지만 다른 사람의 큰 잘못은 쉽게 용서하고 화해하고 금새 잊어버리는데 내 가족, 친척에게는 아주 작은 잘못도 용서가 되지않고 별의별 상상을 다하여 나 스스로 괴로움을 당하는것일까?

[오두막]을 읽으며 하나님의 자녀인 내가 보여야 할 믿음의 확실한 증거에 대해 정리해보았다.그저 입으로만 '주여주여....' 하는 허술한 신앙을 여지껏 갖고 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하며 아빠로부터 아직도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믿음의 증거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언제 어디서나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주신 아빠처럼 하나님께서도 언제 어디서나 내 곁에서 내 편이 되어주시는데 내가 망설이고 주저하고 뒷걸음치며 하나님의 임재를 거부하지는 않았나 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밤 9시에 중보기도하는 일을 시작했다.
뜻하지않은 병을 얻은 팀원을 위한 기도인데 3주전부터  그 팀원의 상황과 기도제목을 문자로 나누며 기도하는데 솔직히  막막함이 밀려오면 혹시 기도요청이 민폐를 끼치는 스팸문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근심이 되기도 했는데 그 막막함이 이어지던 어느날 차마 문자를 보내지 못하였는데 다음날 다른 팀원으로부터 걱정하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빨리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 조바심이 나 힘을 잃고 울음을 터뜨렸을 때 '그래도 당신만은 강하고 담대할거란 기대가 있었는데...'란 말을 들으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이제는 할 수 있다.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오두막]을 읽게하신 하나님의 신묘막측한 뜻을...

그리고 반드시 내 편에서, 우리의 편에서 우리와 함깨 일하시며 싸움의 저 끝에서 승리의 깃발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것을...

여호와 닛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