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은 처음에는 영화로 접했다. 참된 인간성의 고찰과 아름다운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하곤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영상이 주는 상상력의 한계를 넘은 섬세한 묘사가 나를 압도하였고 무엇보다 작가의 유머러스함과 간결한 문체,

그리고 각 캐릭터의 깊이있는 해부가 탁월했다. 단 한명도 그냥 지나침이 없이 작가의 애정과 관심이 깃들여 있었다.

베토벤 곡을 연주하면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던 그 시절, 하지만 루시는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을 더 좋아했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는 신념을 지킨다. (그러나 그 신념이라는 것은 당시의 보통 귀족 집안 여성들처럼 보이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사촌 언니 샬럿과 함께 피렌체로 여행을 떠났고 숙소 주인의 약속과는 달리 전망이 좋지 않은 방을 얻게 되어 속상함을 감출길이 없었다. 그러다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조지 부자의 권유에 그 부자의 전망 좋은 방을 얻게 된다. 권위적이고 엄격한 살럿은 그들을 매우 예의없고 근본없는 부류로 간주했으며, 루시는 조지라는 청년이 자꾸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소 비관적이고 우울해보이는 그 청년은 루시로 인하여 점점 삶에 대한 기쁨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해프닝을 겪은 뒤, 비교적 긴 시간동안 루시는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그 시간은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호감을 표현하는데 몇초도 안걸리는 요즘시대와는 많이 다르지만, 이성과 감정이 교차하는 그 내면이 성숙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실로 즐거운 일이었다.

결국 인간관계를 보호자와 피보호자로만 인식하고 있는 약혼자 세실이 아닌, 그녀를 한 여자로, 인간으로서 

인정해 줄 수 있는 영혼의 동반자가 조지임을 알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에 또 다시 혼란을 가져오고 아이러니를 일으킨다. 그녀는 멀리 떠나려 했지만 조지의 아버지 에머슨씨에게서 인간의 진실됨과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마치 꼬인 실타래가 풀리듯이.

우리가 싸우는 건 사랑이나 쾌락만을 위해서가 아니예요. 진실이 있어요. 중요한건 진실이예요. 진실이야말로 중요해요. p297

결국 행복한 결말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작가는 이 결말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두말 할것 없이 이 결말이야 말로 전망 좋은 방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짓게 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