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다 먹어버렸다고."
젤리를 두고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나와 형은 얼른 웃음을 거두었다. 
이윽고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의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뭐가 끝났다는 걸까? 여름이다. 무엇을 먹은 걸까? 여름이다.
우리는 누나가 만든 괴상한 맛의 작은 바다를 먹고 이 여름에 작별을 고한거다.   p48

사토 다카코의 서머타임은 잘 펴진 한지에 먹으로 그린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깨끗하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남매인 가나와 슌 그리고 고이치. 이 세 사람은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고, 자전거를 함께 타고, 
바다의 짠맛이 나는 민트젤리를 먹으며 의도치 않게 서로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함께 먹었던 바다처럼 짠 민트젤리와 자전거가 부서지는 사건은 
그들이 새로운 계절을 맞아 성숙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인물인 세 사람의 시점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편적이면서 흐트러진 파편의 조각들을 하나둘씩 꺼내보는 기분이다. 
우리가 추억을 떠올릴때 처럼 말이다. 또한, 이야기의 끝은 매듭이 지어져 있다거나, 명확하게 드러난 결말이라는 것이 없다. 
몇 년이 지난 그들은 여전히 10대이고, 그들에게는 아직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계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세 사람...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p.s. 소설 속에 음악이 들어있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소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멜로디가 흐르고, 그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떠오르니 말이다.
조지 거슈인의 서머타임(자유로운 즐거움), 사운드오브뮤직의 마이페이버릿송(따뜻함과 부드러움).
소설을 읽으면서 책 속의 음악들도 함께 즐기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