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보고 싶을 때 봐야 하고, 
그때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장소,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마실 수 없는 술,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게 있다.
인생은 내가 어쩌지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듯 모든 것이 나의 바깥쪽에서 흘렀다. 저항할 수 없었고, 
내가 저항하고 싶은지 어쩐지도 알 수 없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은 한편 한편 읽을때마다 예쁜 유리 그릇에 넣어둔 사탕을 하나씩 꺼내먹는 기분이랄까.
달콤한 맛, 씁쓸한 맛, 새콤한 맛, 짭쪼롬한 맛 등등...각기 다른 맛의 사탕들을 살살 녹여 먹는 재미로 
천천히 아끼고, 곱씹으면서 책을 읽곤 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일상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녀의 소설을 빠짐 없이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 역시 딱 에쿠니 가오리다운  글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반짝반짝 빛나는 의 속편인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샀지만
개인적으로는 2번째 단편인  '선잠'  이 가장 좋았다. 
집에서 빈둥대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책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의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떠올리면서 하루를 보내고 
쿨한 척 하면서도 그  속은 이지러져서 잔뜩 엉망이 되어있고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가는 일상 속에서 유체이탈 비슷한 것을 경험하기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왠지 내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담담하게 내뱉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잔잔하고 소소한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따금..날씨 좋은 날에  공원의 그늘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기분도 한번 느껴보시길.

 

 

소설, 에쿠니가오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