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일 읽은 책입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완역본 다섯 권이 책장을 예쁘게(주황색으로) 장식하고 있다. 장식하고 있다는 표현은 워낙 방대한 양에다, 다른 이들의 한탄스러운 독서평(넋두리)을 알고 있는 터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쳐다 볼 따름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나와 같은 소심한 사람들을 위해 "과감하게 읽기에 도전해 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제목 자체부터 도전적이다. 원숭이도 이해한다는데...

 

첫 부분을 읽으면서부터 어려워 피해가고 싶은 내용들이 전혀 없어 오히려 의아할 따름이었다. 이러한 느낌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유지되는데, 진짜 자본론의 주요 내용이 어떨까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자본론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지만, 저자의 소개로는 주요한 내용은 어느 정도 짚었다하니 믿을 수 밖에...

 

우리 사회에서 한 때 경원시되었던 '자본론'이 자본주의의 운영 메카니즘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성경 다음으로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라 있는 책이 '자본론'이라고 하면 한 번 더 놀랄지도 모를 일이다. 널리 알려진 만큼 많이 읽히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은 제목자체의 의미보다는 그 속 뜻에서 발산되는 '자본주의의 모순구조'에 대한 신랄함이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에겐 거부감과 저항감을 불러 일으킨 탓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용은 총 15강으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강의 형식을 빌어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더욱 쉽게 느껴진다. 어려운 부분은 질문자와의 질의, 응답 형식을 빌어 추가설명을 더하고 있어 이 또한 쉬운 이해를 돕는다.

 

초록은 동색이어서 그럴까. 좋은 취지에서 어려운 책을 쉽게 풀어 쓴 것은 참으로 칭찬할만한데, 중간 중간 끼어드는 책 쓰는 이의 과도한 의견 피력은 몹시 낯 설고 꺼려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급기야 마지막 몇 강은 본인의 생각 또는 비슷한 주의론자들의 생각들을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어 안타깝다. 안타깝다 못해 애처로운 생각마저도 든다. 굳이... 이런 방법으로....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욕심들이 전체의 효요을 망친 것 같은 생각에 영 찜찜하다. '옥의 티' 정도가 아니라 '꿀물의 똥' 정도라면 스스로 자각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모순 구조를 통해 자본주의는 결국 망할 수 밖에 없거나 수정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자본론'의 내용 그 자체로도 충분히 설명될텐데, 어줍잖은 해석과 주제넘은 가름침(?)들이 오히려 독이 된 듯 하다. 있는 그대로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글 쓰는 이의 뜻이 전달될 수도 있었을터인데, 조급함이 일을 망칠 수 있다는 실례로 꼽힌다. 유사자연향 하필당풍립(사향은 스스로 향을 발하니, 어찌 바람을 향해 서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곰곰 생각해 볼 과제다.

 

 

마르크스, 자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