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 예술을 넘어 포스트모던의 경향과 미디어 미학의 특징을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판화가인 파라네시를 중심으로 밝혀주고 있다. 

현대 예술은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한다.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동일성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예술은 사회 안에 통용되는 '코드'를 거부한다. 오직 이렇게 할 때만이

예술은 비인간적인 사회 속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인 존재로 남을 수 있다. 

즉, 자연을 전혀 닮지 않으면서도 현대 예술은 자연을 미메시스한다.

예술의 탈주는 혁신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존의 코드를 깨고 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예술은 내용 없는 형식이 된다. 하지만 내용이 없다고 진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술의 진리는 형식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 안에 

침전되는 소리 없는 목소리로 존재한다. 

현대 예술이 추하고, 추상적이고, 고통스러운 것은 사회의 고통을 미메시스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던의 예술은 미가 아니라 숭고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화면은 점점 

아름다운 대상들을 게워내고 그 극한에서 마침내 텅 빈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숭고는 양적 개념이 아니라 질적 개념이다. 이성의 타자, 즉 이성적 파악을 

거부하고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숭고이다. 

모더니즘은 '차이'의 생산이었다. 차이의 생산이 극에 달하면 외려 모든 차이는 

소멸한다. 이 역설의 순간 동일자를 무한 증식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도래한다.

평범한 것과 미적인 것 둘 살이의 구별이 지워지는 현상을 보드리야르는 '초미학'

이라 부른다. 


앞의 책에서도 밝혔듯이 미학은 복합적이다. 주관과 객관의 근본문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얽히기 시작한다. 미궁에 빠진 우리들은 

테세우스처럼 미노타우로스를 죽여서만은 안된다. 아리아드네의 사랑과 헌신처럼

미궁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할 때 진리의 파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