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이라 꼭 다시 읽어 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과 구성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소재가 다양하기에 무궁한 상상력을 가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구인 소설 앞에 역사라는 단어를 붙어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작가 이인화는 대단히 매력적인 면이 있다. ’역사’라는 소재에서 ’소설’이라는

상상력을 정말 사실처럼 그려낸다. 

독자들로 하여금 허구라는 사실을 잊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과거를 현재로 

끌어 들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200여 년 전의 사상과 사회를 보게 된다.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에 기반한 그들 양쪽의 사상적  근원을 알게 되면서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의 충족은 물론 점점 더 그 속에 몰입하게 된다. 

정조의 독살설이라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서 이렇듯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 

더욱이 창작 당시의 이인화의 나이를 고려해 볼 때 정말 놀랍다. 

그러나 소설 속에 은연 중에 나타난 작가의 생각에 우려되는 것도 있다. 

민주주의의 전단계로서 절대권력에 대한 필연성은 밝힌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역사가 그렇게 흘려왔다는 것이지 전제로서 당위적이지는 않았다. 

왜곡된 역사적 해석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특히,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소설은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독자 자신의 눈으로 읽고, 비판적으로 이해할 때 소설의 존재 가치는

커질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유사한 추리기법을 사용했으며, 역사적 고증에서

보여지는 치밀함도 유사하다. 동서양을 달리하지만 비교해 가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포스트 모던 시대의 혼성모방(페스티쉬) 의 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