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다복이네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동물(토끼, 청설모, 까치)의 대립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어 공존할 길을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 중학년을 대상으로 한 '작은 거인' 시리즈 작품으로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여느 동화 같지 않은, 조금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 같은 덤덤한 문장이 어조(억양)의 높낮이의 변화가 별로 없는 사람의 말을 듣는 듯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상미네 집 토끼가 풀리자 사람들도 처음에는 호의적으로 지켜보다가 며칠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자 마을이 시끄러워진다. 토끼가 폴짝폴짝 뛰노는 모습을 한가로이 보는 것과 토끼가 고추 모종싹을 싹둑싹뚝 끊어 먹어버린 텃밭을 볼 때의 감상이 같을 수야 없지 않은가. 결국 마을 사람들과 개에게 쫓긴 토끼는 상에 오르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과연 사람들은 토끼가 미워서 잡았을까?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복이네 집 옆에 있는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튼  청설모 가족으로, 어느 날 기와집 지붕을 통해 천장에 들어와 진을 치자 이들을 잡기 위해 소동이 벌어진다.  다음 이야기는 다복이네 집에 있는 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까치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마을 사람들은 극악스럽게 울어대는 까치를 두고 욕하지 않는다. 사실 까치도 전봇대에 집을 짓거나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과실을 쪼아 먹는 등의 행위로 인해 애를 먹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까치는 청설모만큼 미움을 받지 않는데 그 까닭이 무엇일까?

 책에도 언급되는 내용으로, 일전에 청설모가 성격이 포악하고 천적이 거의 없으며 잣, 호두 등 먹어치워 재배 농가에 피해를 준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청설모가 모두 잡아 죽여야 할 만큼 유해한 동물인가 싶어 글을 좀 찾아보았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청설모를 해치고 마는 다복이 아빠처럼 재배 농가의 농부들도 잣이나 밤을 훔쳐가는 청설모를 없애기 위해 총을 든 것이다. "다, 사람 욕심이지 뭐. 자기 걸 조금도 빼앗기기 싫어하는 욕심 말이야."라는 다복이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가 만약 그런 입장이 된다면 달리 행동할 것이라 단언을 못하겠다.

 

 까치나 청설모의 천적이 사라지는 등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생태계가 파괴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고, 결국 그 피해가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복이 아빠는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살려면 -속담이나 이야기가 좋은 것만 있는- 까치처럼 하면 될까, 하고 묻는다. 청설모 새끼들을 묻은 후 떠오르는 해를 차마 바로 보지 못하는 다복이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며 동물과 사람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