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빠가 요리를 했다는 것부터가 매우 마음에 든다. ^^ 우리 집 애들 아빠는 먹는 것은 좋아하는데 본인 손으로 요리를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과 파이를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으면 한 번 만들어 보라고 할 텐데 집에 아직 오븐이 없는 것이 남편에게는 행운인 셈~. 베이지색의 내지에 그림은 세 가지 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데, 연갈색과 검은 색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사과만 빨간색으로 그려 두드러져 보인다. 단조로운 색채가 밋밋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풍요롭지 않아도 자연에서 얻은 것을 모두와 나눌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이의 소박한 삶에 그 속에서 잘 묻어나는 것 같다.

 오븐에서 갓 꺼낸 듯 김이 솔솔 오르는 사과 파이를 보니 칼로 쓱쓱~ 잘라서 한 조각 먹고 싶은 생각부터 든다. 나무판자로 짓고 지붕을 이은 집은 가족 수만큼이나 단촐해 보이고, 고양이와 함께 풀어 놓고 기르는 닭과 말, 소, 돼지가 이 부녀와 함께 한다. 호시탐탐 닭을 노리는 듯한 여우는 검은색으로 그려져서 금방 눈에 띄지 않는지라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보는 맛도 있다.

  우리가 먹는 맛있는 사과. 사과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물론 사과나무에서 자란 것이지. 그럼 그 사과나무는 어디를 통해 양분을 얻어서 자라는 걸까? 이 그림책은 사과에서 시작하여 나무, 뿌리, 비, 구름, 하늘, 세상 등의 확장된 개념 순으로 각 단어를 포함한 문장이 차례로 제시된다. 그 문장 다음에 이에 관해 설명하는 글이 뒤따르는데, 앞서 나온 것들과 연관된 반복적인 수식 글이 덧붙여진 설명이 이어진다. 뒤로 갈수록 설명이 길어져서 아주 긴 문장이 된다.

-  첫 문장이 "맛있는 빨간 사과예요."로 시작하는데, 그 다음 문장을 보면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글귀가 덧붙여져서 "우리 아빠가 구운 달콤하고 따끈한 파이에 들어간, 맛있는 빨간 사과예요."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방금 앞 장에서 읽은 똑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줄 때, 후반부에 접어들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장을 숨 쉴 겨를도 없이 열심히 읽어주고 나서 숨을 몰아쉬었더니 그게 재미있어서 아이가 웃는다. 자연이 주는 많은 것들을 머금고 자라는 것이기에 사과 한 알이 그리 달콤하고 맛있는가 보다.  온갖 생명이 자라는 이 세상에서 얻은 사과로 구운 파이 한 쪽을 먹으면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이야기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