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순 여사는 직원이 전혀 행복하지 않은 행복마트의 계산원이다. 아들 태양이는 반짝거리는 옷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화려한 치장을 하는 구양순 여사에게 주책 맡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폴더전화기처럼 고객에게 굽신거리며 인사해야하고 웃는 기계처럼 억지미소를 지어야 하고 잘못한 일도 없으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하는 엄마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속 깊은 아들이다.

    학교에서 평화, 정의, 인권, 노동, 평등, 민주주의라는 모둠별 발표주제 중에 "노동"을 선택한 태양이의 조는 간호사, 농부, 계산원 등 다양한 직업군을 찾아다니며 현장조사를 한다. 감정노동의 개념과 블랙, 화이트컨슈머, 행복마트에서 도입하기로 했다는 삼진아웃제를 학교에서 역할극으로 발표한다.

    한편, 구양순 여사는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로하고 고객의 컴플레인도 매끄럽게 잘 처리하는 씩씩한 직원이지만, 정작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단체행동에는 머뭇거린다. 홀로 태양이를 키워야하는데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염려하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태양이는 '호미와 장화만 있으면 누구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농촌 할머니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하고 구양순 여사는 용기를 내서 고객과 직원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자는 띠가 붙은 노란 조끼를 입는다.

    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문제,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환경에 대해 말하고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누나 등 주변의 모든 사람이 노동자이고 아이들 역시 미래의 노동자임을 친근하고 현실감있게 들려준다. 노동이 대단히 중요한 행위이고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임을 태양이와 구양순여사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하게 전해주는 좋은 책이다..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공부하는 인간]에서 MC를 맡은 네 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대치동학원가에서 우리 아이들을 만난다. 하버드학생도 풀지 못하는 수학문제를 척척 푸는 고등학생에게 놀라고 밤늦게 학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기겁한다. 그들이 무엇보다 놀란것은 공부하는 이유를 답하는 초등학생 때문이었다. "좋은 대학가서 돈 많이 버는 회사 들어가고 예쁜 여자랑 결혼하거에요."라는 아이의 답변은 그들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 없이 오로지 성적을 좇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영어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고 수학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기위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다른 사람보다 우뚝 솟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낚시질하는 책이 대부분인 세태에서 어린이에게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환경, 감정노동의 의미를 알려주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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