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의 쿵쾅거리는 소음 때문에 짜증을 넘어선 분노가 솟구치려한다. 서둘러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고 귓가에 감도는 아름다운 선율에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어떤 감각보다 불쾌함이 상쾌함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소리’는 참 신기하다. [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다양한 소리와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배명진 교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름은 낯설지라도, TV에서 뉴스, 다큐, 온갖 교양프로그램에서 ‘소리’에 관한 실험과 자문을 하는 지은이의 얼굴은 매우 친숙하다. 소리에 관한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라 할만한 지은이가 들려주는 소리세상은 흥미롭다.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어느 범인이 진동하는 스피커의 원리를 이용해 밀실에서 사건이 일어나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두고 나와 알리바이를 만드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책에서도 같은 원리로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소리의 떨림이 일치할 때 큰 울림이 나타나는 ‘공명현상’을 이용하여 와인잔을 깨는 실험을 진행한 과정을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오랜 시간 성공하지 못하다가 ‘공명’을 제대로 맞추어 와인잔의 고유진동수와 목소리의 진동수가 일치할 때 결국 와인잔은 깨졌다. 신기한 ‘공명의 원리’는 일정한 진동주기를 이용하여 작은 힘으로도 진동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농구선수들이 손목의 작은 힘으로 공을 튕기거나, 그네의 반복주기에 맞춰 발에 살짝 힘을 주면 진폭을 넓게 할 수 있고, 소량의 배터리로 추의 단진자 운동을 1년 유지하는 괘종시계 등 공명의 원리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소리분석만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지 들려주는 대목이나, 문세광의 저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육영수여사가 사실은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았다는 것을 밝혀낸 사실은 흥미를 넘어 진실을 밝히는 도구로서 ‘소리공학’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책은 그밖에도 동물들의 소리세계, 백색 소음,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서 우울증치료용으로 쓰인다는 고주파음, 흥을 돋울 뿐 아니라 몸 안의 장기까지 공명을 유발해 장을 좋게 한다는 사물놀이 소리, 칭찬하는 목소리에 담긴 비밀,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소리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둘러싼 온갖 소리에 관한 연구로 밝혀낸 사실과 원리를 쉽고 재밌게 들려주고 있다. 실험과정과 다양한 사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와 짧은 꼭지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리과학을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서게 한다. 지은이는 아프고 병들게 할 수도 있고 행복한 기분과 즐거움을 느끼게도 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소리의 신기한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배명진, 소리로읽는세상,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