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마주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새벽마다 길고양이를 만날 때면, 꿋꿋이 살아가는 녀석들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난해 겨울, 어느 아침이었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의 보닛에 고양이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고양이가 잠시잠깐 엔진의 온기에 몸을 녹였나보다. 보닛의 고양이 발자국이 마음아파 지우지도 못하고 절로 없어질 때까지 달고 다녔다. 괜찮았다. 나의 흰색 차는 원래 좀 더럽고 낡았기에 고양이발자국과 매우 잘 어울렸다. 그 이후로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면 두리번거리며 고양이를 찾는 게 버릇이 됐다. 비 오는 날과 겨울을 좋아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겨버렸다. 길고양이는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지하주차장을 서성이다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막 들어온 차의 엔진열기에 언 몸을 녹이리라. 부디 차 더럽힌다고 눈살 찌푸리는 사람 말고, 낡고 허름한 내 차위에서 언 몸 오래오래 녹이다 가길.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시인이자 고양이 여행자 이용한이 2년반의 세월동안 전국 60여 곳의 고양이를 사진과 글로 담아낸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이나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고양이에게 참 다행이다’

  책에는 신비한 눈빛과 각양각색의 무늬를 지닌, 꼬리를 높이 치켜든 도도한 몸짓과 발걸음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가득하지만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저간의 사정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양이 사진은 웃음을 짓게 하지만, 고양이를 마주하는 짧은 순간을 포착하기위한 오랜 기다림, 지은이의 지극한 고양이 사랑을 마뜩찮게 바라보는 사람들, 고양이의 생사여탈권을 함부로 흔드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 등 고양이 여행자로서의 녹록치 않은 고충과 애로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장관리를 하거나 쥐를 잡기 위해 섬으로 고양이를 들여왔다가 고양이 수가 폭증했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500마리를 살처분했다는 거문도의 이야기는 경악스럽다. 살아있는 생명을 필요에 의해 들여왔다가 필요 없어지면 모두 없애버리는 인간의 이기심이 무섭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고양이를 없애려는 인간들이 정작 온갖 공사, 수많은 관광객의 출입 등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모순은 무엇이란 말인가. 바다 한가운데 갇혀서 어장관리를 하는 노예 신세인, 사진속의 고양이 눈빛은 애처롭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 속에서 늘 손해를 보고 피해를 본 쪽은 동물이고, 자연이고, 지구였다고 지은이는 목소리를 높인다. 인간들은 더 많이 착취하고, 더 많이 파괴해서 수많은 동물의 터전을 빼앗아버리고 종국에는 동물을 멸종시키고 만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길고양이 수난이 우리나라처럼 심하지는 않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길고양이에게 먹이조차 주지 못하게 하는 사나운 인심, 편견어린 시선과 행동들,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는 지은이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거는 사람들, 쌀쌀함과 야박함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 등에 대해 할말이 많은 책이다.

  책은 다른 한편으로 친절한 캣맘, 캣대디 덕분에 사랑받으며 사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한껏 예쁨을 받고 사는 운길산역의 고양이들, 서점고양이, 까페고양이, 절고양이, 캠퍼스고양이, 김녕 미로공원의 명물이 된 고양이들까지 사람들과 친화적인 삶을 살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은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지은이는 ‘사람과 고양이의 거리는 사람이 고양이에게 베푼 마음과 비례한다’고 일갈한다. 길고양이가 사람만 보면 피하거나 숨지 않고, 고양이 특유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로 동네 이곳저곳을 느긋하게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어슬렁거리고 다니면서 인간에게 정을 붙이고 서로가 교감과 우정을 나누고 사는 삶은 불가능한 것일까.

흐리고가끔고양이, 이용한, 북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