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4시 50분에 개와 함께 짧은 산책을 나간다.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너무도 행복해하는 개를 보면 짜증스럽고 귀찮았던 마음이 졸음과 함께 달아난다. 개가 갖가지 풍요로운 냄새에 취해있을 때 나는 나무, 나뭇잎, 새와 길고양이, 고요한 새벽과 별을 관찰한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자연에 감탄하고 잠을 깼다며 신경질적으로 날개를 퍼덕거리는 새에게 사과한다. 이런 나를 한심해하는 주변인들 때문에 의기소침했다가, ‘시와 소설’의 세계 안에 가득 흐르는 작가의 마음을 나누어가지면 다시 ‘기’가 살아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나무와 대화를 하면서 문장력을 키웠다는 경지까지는 닿을 수 없더라도 ‘사물과 대화를 나누고 얼음밥을 먹으며 정신을 벼렸다’는 이외수의 이야기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대상과 이분되는 생각을 넘어 대상과 합일되는 ‘마음’을 찾고 견해의 일치를 통한 동의가 아니라 ‘공감’을 하면서 구원을 찾았다는 이외수의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은 이외수가 생각하는 문학과 예술, 삶의 본질과 의미, 인생역정, 우주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와 교신하는 채널링, 대상을 바라보는 네 개의 눈-육안, 뇌안, 심안, 영안-에 관한 이야기는 새롭고 흥미로웠다. 자신이 고통 받고, 외롭고, 슬픈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다는 대목이나, ‘독자를 사랑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부분에서는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는 작가를 어찌 독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명인들을 보면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크기만큼의 고통과 불편이 늘 따라다니는 것 같다. 그러나 고통과 불편에 압도당하다가 질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외수처럼 유유자적한 사람도 있다.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싫어하고, 빌미를 샅샅이 찾아내 마녀사냥식으로 공격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집중포화에도 끄떡없는 그를 보고 실로 엄청난 ‘내공’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책에서 그가 전해주는 사유의 세계는 깊고 넓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이 아득히도 느껴졌고 기인의 면모는 더욱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이외수를 눈부시게 만드는 ‘사랑’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예술, 인생, 세상, 우주로 이루어진 책의 각 장이 결국은 하나의 원을 그리는 듯 했다.

  작가 이외수는 TV, 영화,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나 웹상에서 다른 어떤 이보다 대중과 소통을 활발히 해왔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진행한 소설가 하창수의 말처럼 작가 이외수나 인간 이외수는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는 게 일반의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누군가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농을 섞어가며 가볍게 전해졌던 이야기는 이외수라는 우주의 극히 작은 일부였음을 책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외수, 마음에서마음으로,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