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교수.

작년 7월,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이미지와 여성의 음부 사진을 게재해 당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 운운했던 건 출판계와 언론등을 통틀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MB정권 들어 갖가지 대표적 사건들에 있어서 그 핵심적인 논란의 여지가 된 명제가 있었으니 바로 '표현의 자유'이다. 과연 이것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금지시켜야 할지의 고민이 이제 소통의 통로가 점차 다양해진 지금은 온라인상에서는 거의 무의미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 정권은 거꾸로, 시대에 반대로 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오히려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고 국민의 원활한 의견교환들을 도리어 '허위사실유포죄'와 '모욕죄'등으로 입막음하고 차단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은 권력자의 체면유지용으로 말이다.

 

우리는 종종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여 사용하지만 그 뜻은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국민의 의견과 생각 또한 타인 혹은 정치관계자들과 달리한다고 해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당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옛날이야 대통령 정치 못한다고 취기에 한마디한다고 잡아갔다는 소문이야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에서 내 의견과 생각은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세상이다. 일반인들은 어떤 이에게 자신에 대한 모멸감을 느끼면 기분은 나쁠지언정 고소를 하거나 상대를 철창에 가두는 엄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그 놈의 '허명'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 등등 하니 여러 사람한테 못할 짓 많이 했다. 명예훼손형사처벌폐지는 나도 찬성하는 바이다.

우리나라는 언론플레이가 특히 심한 것 같다. 검찰은 자기네 측에 유리한 증거만을 풀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마침내 죄가 정말 없어도 '까라면 깔 수 밖에'없는 상황이 된다. 일명 영장주의를 거의 무시한 검찰출두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노 대통령 사건과 <PD수첩> 광우병 보도 탄압 때의 일인데 정확한 범죄의 개연성조차도 확인하지 않은 채 법원은 영장발부를 허가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도 공정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언뜻 보면 공정성을 내포한 듯 하지만 약자에게 더욱 불리한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알 권리를 국민에게서 빼앗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또한 각종심의위원회로부터 수많은 매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책, 게임, 음반, 인터넷 게시물 등은 속수무책으로 걸러지고 있다. 그것들이 걸러지는 기준은 건전한 윤리매체물이 아닐 경우라는 애매모호한 잣대이지만 이것은 자칫 합법적인 정보와 게시물까지도 송두리채 어느 날 갑자기 없앨지도 모른다. 아무리 정치를 못하고 나라가 혼란에 빠져도 법이 바로 서면 그 나라는 언젠가는 법의 질서에 따라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의 법 체제는 과연 정의로운가? 의문이 든다. 경찰과 검찰은 어디까지나 법을 집행하는 의무적인 기관에 불과하니 사법부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즉, 그 법안을 통과시키는 정치인들이 올바른 법을 세우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법을 올바로 준수하는 길일 것이다.

 저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 반대의 성향의 성격의 글을 썼다. 외국과 비교해서 설명해놓은 점, 범죄자의 무죄추정 원칙 강조 등 국민들의 사생활과 기본권 침해에 관한 심각성에 대한 고발이 주류를 이룬다. 법과 시사, 칼럼에 관한 책은 거의 처음이라 읽는 데에 꽤 시간이 걸렸지만 흥미롭고 이해가 쉬워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더구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정치용어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