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가 있으면 좋았을 뻔 했다. 이 컬러풀하고 여행지 곳곳을 생생하게 잘 소개해놓은 책을 아무 이미지 한장 없이 서평을 쓰려니 그것부터가 너무 밋밋하고 저자에게 미안할 정도다.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여건상 해외고 국내고 간에 여행을 다녀본 경험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여행관련 서적이나 유명한 문화유산답사지, 절경이 빼어난 달력의 가을배경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국내여행의 볼거리와 맛집은 kbs의 6시 내고향이나 1박 2일에서 유독 많이 다룬 터라 반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말 그대로 '숨겨진 여행지'를 서울 및 기타 지자체 도별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 본 도서는 나름 신선한 재미를 주었는데, 저자의 여행관록과 독자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나는 것이 좋았다. 특히 많은 여행지의 대부분에 전설과 스토리가 담겨 있어 이야기를 따라 여행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점도 있다. 최근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배경이 되는 부용정이 있는 창덕궁과 소설 '소나기' 속에 들어온 듯 분수가 쏟아지는 양평의 소나기 마을은 드라마와 소설 속 주인공이 한번쯤 되길 꿈꾸는 이들에겐 딱인 장소인 듯 하다.

사찰, 산성, 별미기행, 해안길, 현대문학관과 순례지까지, 그 위치도 성격도 각양각색인데 특히 얼마 전 성지여행에 관한 해외책자를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에도 그에 못지 않은 순례지가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가장 이채로웠던 것은 수제 커피로 유명한 '커피의 성지' 강릉과 술을 빚는 '세왕주조'였는데 둘 다 기호품이라 지친 여행객들의 입맛을 돋궈주기엔 그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태안의 기름유출 참사가 있은 지도 5년째다. 그 흔적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맑아졌고 당진포구에서 맛보는 별미는 사진으로만 봐도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故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자리해 있는 옥천은 정지용의 시 '향수'의 고장이란다. 사진 속 풍경은 옛 동요 소절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한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한편 화폐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화폐박물관은 과거와 근대, 현대에 걸친 화폐와 동전의 디자인 등을 전시하고 있어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며, 춘천의 관광명소를 쉽게 돌아볼 수 있는 춘천시티투어와 남북의 통일을 염원하며 분단의 현실을 통감하는 파주 DMZ 투어 또한 의미가 깊은 여행코스가 될 것 같았다. 전남 곡성의 섬진강 기차마을은 영화와 드라마 세트장으로 종종 이용되었다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가 최고 인기 구경거리란다. 또 자연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순천만은 각종 철새들과 갯벌에 터를 잡고 사는 어패류등의 산실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울산은 현대자동차의 역사와 한국경제의 상징이자 오늘날 한국의 경제 지표이기도 한데 울산시티투어 한방으로 이 모든 것을 돌아볼 수 있다.

 

여행에서 먹을 것을 빼놓으면 심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장충동 족발이 대표격인 광장시장,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를 닭강정과 차이나타운의 짜장면이 유명한 인천개항장이 그것이다. 그리고 한우가 좋기로 자자한 장흥 토요장터는 엿장수 할아버지의 가위질에 덩실 춤이라도 따라 출 것 같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먹거리의 최고봉은 제주섬에서 맛보는 싱싱한 횟거리와 토속 주전부리, 한 상 가득 차려 나오는 향토음식 정식 만찬이 제일이 아닐까 싶다.

여행의 적정시기와 성격, 추천교통편과 일정까지 안내하고 자세한 주소와 연락처를 기재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2인 기준 비용이 나와 있어 참고하여 함께 떠날 동행자와 일정을 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여행을 하게 되면 무작정 계획 없는 소비를 하게 되거나 예산은 어느 정도 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 맛집이나 묵을 장소까지 상세히 나와 있어 실제 여행서로도 손색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화유산이 있는 곳을 자주 찾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입장료를 아끼지 말라'는 말과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으니 여행에 관한 한 추억이 담긴 사진과 후기를 남기라는 조언이 가슴에 와닿았다. 아직은 여행에 대한 한없는 초보지만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이 책과 함께 훌쩍 떠나고 싶을 정도로 참신하고 세련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