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도 방송관련직에 있던 분이 쓰신 역사책이다.

본 도서는 작금(昨今)의 정치판도 변화에 따른 적절한 것으로 이상적 지도자의 자질과, 자칫 권력남용이 난무할 수 있는 현 시대에서 권력자를 보필하는 자들의 소신있는 발언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역사를 배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선택 과목이 되어 역사를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런 점에서 책의 서두에서 거론된 ‘역사서를 읽는 방법’은 요사이 정치계에서 말이 많은 의원들과 역사가 재미없다는 중고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구절이다. 과거 간관은 오늘날 언론의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왕의 잘못을 목숨걸고 비판, 꼬집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언론처럼 자유스럽지도, 왕의 눈치도 봐야 했기에 쉬운 일은 아니어서 극소수의 충신들만이 진실된 간언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소신있는 간언을 하여 역사에 두루 회자되는 인물과 열린 눈과 귀, 넓은 아량으로 이러한 충언을 적극 포용하여 태평치세의 시대를 열거나, 망국으로 치닫는 단초를 애초에 막았던 여러 사례를 통해 현대와 비교하여 들려준다. 여기서 강조한 것은 인재 발탁의 중요성과 또 그에 있어서 직업이나 신분, 출신을 가리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즉, 나라가 망하고 잘되는 것은 그 근원이 어느 자리에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훗날 정치와 나라 판국이 결정나는 것이라는 것은 현대에 와서도 변치않는 불변의 진리라는 것이다.

 

또한 일단 한번 채택된 인재는 믿어주어야 하고 간신 구별에 있어서도 긴장에 끈을 늦추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난세 속 소인보다 치세 속 간신이 알아보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조선 3대왕 태종에서 세종에의 왕위 승계 과정을 묘사하면서 그에 대비되는 현대의 권력남용과 정권다툼에 대해 힐난한 비판을 한다. 정권을 잡으려 아버지를 밀어내다시피 왕위를 물려받았으나 후에 아들 세종을 둘러싼 왕위세력다툼을 걱정한 태종은 상왕이 되는 이례없는 내선(內禪)을 실시한 것이다. 참으로 과거 대통령 몇 분과 대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초심은 개혁을 포함한 극단적인 변화추구등으로 포부와 의지로 가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려말 충렬왕의 낙산사 화재로 인한 기도문과 조선 정조대왕의 ‘일성록’을 들여다보면 왕의 자리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자리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정치를 잘하든 못하든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지만 마음만 앞서 현실성 없는 정책을 충분한 연구와 신중한 대책도 없이 실시, 적용한다면 이보다 더 큰 폐습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또한, 시대에 맞는 제도정비와 과감한 정책개혁은 때에 따라서는 군주의 자질에 꼭 필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군주의 자질이란 무엇일까? 요즘에는 과거와는 달리 절대적인 왕권중심 체제가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저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로(SNS등)가 많이 열려 있어 지도자는 그에 눈과 귀를 열어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또, 최근 임기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에 비추어 인재 발탁에 있어 공과 사의 구분, 달콤한 말을 흘리는 간신들의 휘둘림에 현혹되지 않는 강직함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특히 친인척 비리가 자주 터지는 걸 봐도 과거에는 그것에 관한 법이 더욱 엄격했고 아니다 싶으면 세자자리까지도 폐했던 태종때의 치세를 보면 현대는 정말 공사(公私)분별 못하고 권력, 재물등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경, 어진 신하와 밝은 임금이 만나 힘을 합해 정치를 해 나간다면 태평치세를 못 이룰 이유가 없거늘, 왜 이렇게 이 둘이 만나기가 어려운 걸까.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으니 높은 자리에 오르면 필시 욕심과 더 큰 재물에 눈이 멀어 치세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사리이욕에만 급급하여 천하의 안위는 뒷전인 신하와, 주색잡기에 혈안이 되어 군주의 자질에는 이미 저멀리 달아나 있는 몇몇 비뚤어진 역사 속 왕들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선조들의 지혜와 혹은 과거 여러 왕조들의 치란치세를 살펴보고 시비를 가려 잘못된 비극은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는 것이고 잘 된 정치는 거울로 삼아 후대에 길이 본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알고 익히는 것은 무릇 지도자가 해야 할 일 그 첫 번째일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당선자들과 다가올 대선후보들이 꼭 이 책을 읽고 지도자의 자질과 본분을 올바로 알고 늘 초심을 잃지 말며 소신있는 주위의 간언에 귀를 기울이는 현명한 리더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