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나 색을 이용한 마케팅, 마음의 안정에 색이 이용되거나 굳이 미술이라는 예술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집안의 벽지와 인테리어, 가구등을 선택할 때 우리는 늘 고민한다. 태초부터 생물이 이 세상에 생겨나기도 전에 어둠이 존재했고 인간은 그것을 탄생과 검정이라는 색으로 연결지어 생각했다.

 

이 책은 인류가 문명을 이어오면서 자연에서 색을 얻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은 광물, 식물, 동물성, 그리고 대지(적토, 황토, 진흙등)의 네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인류는 성인식이나 장례식, 결혼 등 공동체의 행사나 종교의례등에서 빠짐없이 이 색을 이용하여 의례를 더욱 신성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몸의 장식과 문신등을 이용해 집단 내의 사회적 지위를 표시함에 있어서도 색은 없어선 안 될 일종의 도구였다. 색은 그 종류에 따라 어떤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그 의미와 이념이 달랐다. 예를 들면 녹색의 경우 염색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염색과정이 어려워 그 가치와 지위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 염료를 섞는 방법을 이용해(노랑+파랑) 다양한 녹색을 개발하게 되었고 유럽에서 차차 그 권위와 안정적인 이미지를 되찾았다고 한다.

 

반면, 두가지의 이중성을 띠는 색도 있다. 대표적으로 빨강과 흰색이 그것이다. 흰색은 지금도 순결과 깨끗함, 신성을 뜻하지만 공포영화나 귀신을 떠올리면 그 또한 흰색인걸로 보아 흰색은 창백을 넘어 핏기없는 죽은 인간 즉, 혼령의 이미지와 상통하는 것이다. 한편, 빨간색은 생명 혹은 죽음을 모두 의미한다고 한다.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을 표현하기엔 '진사'라고 하는 안료가 제격이라고 하는데 옛 부족들은 사냥이나  전쟁을 나가기 전 붉은 염료로 몸을 칠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빨간색은 정열의 색, 화려한 색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평상복으로는 잘 입지 않지만 연례 행사나 배우들의 레드카펫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은 아무 장소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검은 계열의 옷도 예전에는 어두침침하고 불길한 의미로 잘 입지 않았다고 한다. 검은 심장, 검은 배, 검은 신 등은 온통  슬프고 분노하고 무례와 기만의 부정의 뜻을 담은 옛 은어 쯤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중세유럽을 시작으로 검은색의 지위는 차츰 높아져 귀족의 의상과 종교의 도덕성을 뜻하는 색이 되기도 했다. 흔한 서양영화에서 신사의 턱시도와 가톨릭교 신부의 검은 의상은 더 이상 어색한 옷이 아니다.

 

일단 물감으로 만들어지면 회화 등 미술용품으로만 사용하는 현대와는 달리, 인도에서는 강황을 식용, 약용, 회화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대나 중세시기에는 미술에 사용하는 염료가 되는 것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는 예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염색공들은 힘들고 독한 재료를 다루는 천한 직업이라고 여겨서 여자들을 염색공과는 혼인 시키려 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이처럼 색은 세월 속 인류의 조합법과 발견, 노력으로 인해 발전하고 아름다워졌고 이제 옷 뿐만 아니라 생활 어디에서도 색이 없는 일상은 생각 조차 할 수 없다. 색으로 인해 우리는 알게 모르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포영화에서 피가 실감나는 피처럼 빨간색이어야 하는 것처럼, 음식점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그에 맞는 색감을 풍부히 지니고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이제 색을 보더라도 아무생각 없이 지나치거나 하지 않고 한번쯤 왜 이런 색이 사용되었는지 생각해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