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ndmaid's Tale :: Margaret Atwood

환경 오염과 전쟁으로 인해 출산율이 현격히 떨어지면서 쿠데타로 북미 대륙을 장악한 독재 정부 길리아드는 출산이 가능한 여성을 강제 징집해 고위관의 씨받이 역할을 시킨다. 임신할 수 없는 고위관의 '아내' 의 증오와 위협을 받으며 '아주머니' 라는 늙은 여인들에 의해 감시 당하고 '하녀' 들의 심부름을 통해서만 제한 된 외출을 할 뿐 감옥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시녀' 들은 자살마저도 뜻대로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시녀' 들끼리도 고발이 두려워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견제한다. 아이를 낳으면 다른 고위관에게 배정 되어 목숨을 연명하지만 기형아를 낳거나 출산을 못하면 폐기물 청소 지역으로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보내져 고통 속에 죽을 수 밖에 없다. 남성인 고위관 쪽에 문제가 있더라도 모두 '시녀' 의 탓으로 여겨져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본명도 삭제 당하고 해당 고위관에 소속 되었다는 의미로 이름 붙혀진 '오브프레드' 는 그러한 시녀들의 대표자로서 끔찍한 생활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남편은 생사 불명으로, 딸 아이는 빼앗긴 채 절망과 고통 속에 살아가던 오브프레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로지 살겠다는 절박함만으로 그 생활에 길들여져 간다. 역시 '시녀' 로서 징집 되었던 친구 모이라의 탈주와, 함께 장보기 외출을 하는 오브글렌의 비밀스런 연대, 고위관의 은밀한 취향에 의한 일탈과 그것을 질투한 '아내' 의 주선으로 운전사와 밀회를 하는 등의 사건들이 오브프레드에게 일어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 하나없이 그저 이끌려만 간다. 한참이 지나서야 오브프레드의 기록 테이프를 발견한 학자들이 그녀의 뒷 이야기를 추정해 보지만 수동적인 삶을 살던 그녀가 해방된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한다.

이 소설이 '환상문학' 으로 구분 된다는 것은 어쩐지 아이러닉하다. 상상 속의 세계를 본 것 같기보다 익숙한 이야기를 약간 과장해서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더 불쾌하고 착잡하다. '씨받이' 라는 명목의 준 강간과 인권이 완벽히 통제 되고 말살 되는 환경은 비현실적이라 해도 소설에서 묘사하는 '가부장제' 의 틀은 현실의 그것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가령 '아주머니' 와 '시녀' 의 갈등은 현실의 고부 갈등을 역력히 투사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읽는 내가 아시아계, 동양인이라 더 민감하게 반응 했는지도 모른다. 비교적 가부장제에서 자유로운 서방인인 작가는 이 소설을 쓸 때 대단히 끔찍한 상황 설정이라 생각했을까. 지구 반대편 너머 이미 그와 비슷한 생활에 길들여진 여성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알고서 그 처지를 개탄하며 썼는지도 모른다. 소설을 통해 여성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가련해 하기 보다 여성들이 얼마나 의지 박약인지를 더 강조하고 있어서다.

그것은 구절을 거듭할수록 위축 되어 가는 오브프레드의 심경 변화에서 잘 드러나며 에필로그 형식의 미래 학자들의 '오브프레드 분석' 에서도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급기야는 두려움에 자신을 고발할 수도 있었던 동료의 죽음마저 기뻐할 만큼 그녀는 자존감을 잃고 비굴해진다. 그것이 비단 그녀만의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반영하듯 소설 안에 팽배한 것은 제약하고 강제하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남성들' 에 대한 저항감이 아니라 서로를 믿지 못하는 '여성들' 간의 경계다. 연대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실 마냥 불안하고 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공감보다는 더 낫고 못하고의 비교와 질시가 우선 한다. 반발과 투쟁 보다는 안락과 보호를 택하며 작은 애정에도 마음이 흔들려 쉽게 자신을 기만한다. 오브프레드의 생사를 알 수 없도록 맺은 결말은 어쩌면 '그녀가 과연 자유와 해방을 알았겠느냐' 라는 작가의 냉소가 아니었을까. 여자의 적을 여자로 내몰며 자기 안온함만을 찾아 숨어드는 여성들에게 일침을 놓는 것이다.

왜 '시녀' 들은 똑같은 고통을 받으면서 함께 연대하지 못했을까. 왜 '하녀' '아주머니' '아내' 들은 같은 여자면서 '시녀' 들을 동정하지 못했을까. 현실에서 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런 시스템은 그 극단성 때문에 쉽게 붕괴될 수 밖에 없을까? 애트우드의 관점은 '최소한 어느 정도 유지 되었을 것' 에 가까운 것 같다. 그만큼 여자들 간의 연대에 회의감을 갖고 여성의 가장 연약한 부분으로 지적해 낸 듯 하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가 평생 천착한 주제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트우드는 여자들 간의 우정마저 부인하지는 않는다. 비록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오브프레드와 그녀 주변의 여성들은 가냘프면서도 의지가 되는 감정을 교류해 나간다.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지만 완전한 증오에 다다르지는 못하는 그 고유한 감성이, 애트우드가 간신히 결론 낸 여성의 정체성 이었을까.

과연 '가부장제' 가 여성과 여성 사이를 갈라 놓는가. 제도 이전에 여성들의 자존 의지는 타인에 대한 기생 습성을 타파하지 못하고 그 위에 기우뚱 하게 세우려 해서가 아닐까. 남성의 힘에 의존하는 것을 합리화 하기 위해 저항하거나 반발하는 여성들을 배척하며 그들의 방법이 틀렸다고 비판하고 고치려함으로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 주체성 없는 불안함이 동성으로서의 공감을 방해하고 연대를 붕괴시킨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서로와 연관 없는 구태를 물리고 기혼이 미혼을 멸시하며 가정 주부가 일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것이 그와 같다. 모두 자신의 안전망을 확보하고 보호 받는 것에 대한 굴욕을 애써 잊기 위해 자신과 다른 위치에 있는 여성을 자기 밑으로 끌어 내리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가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다른 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것이 여성이 가진 정체성의 전부라면, 페미니스트는 더 이상 없다. 증오의 사슬을 끊고 서로를 공감하고 보듬지 않는다면 애트우드가 묘사하는 디스토피아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