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aio sobre a Cegueira :: José Saramago

끔찍하다. 주제 사라마구가 묘사한 [눈먼 자들의 도시] 가 그저 상상에 불과한 환상의 도시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그것은 작금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며 예수가 비유를 들어 말씀을 전했듯이 사라마구도 비유와 은유, 풍자를 곁들어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눈이 멀었고, 눈먼 자들이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부 통제에 의해 옴싹달싹 못하는 처지에서 같은 피해자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고 이간질을 하며, 있는 자들이 차지하고 남은 것을 서로 소유하기 위해 아귀 전쟁을 벌인다. 그리고 배출 하는 것은 탐욕과 이기, 패배감이라는 배설물이다. 온몸에 묻혀가며 냄새를 풍기고 있으면서도 존엄성은 물론 수치감도 점차 잊어간다. 겉으로는 변을 묻히지 않고 멀쩡한 척 가식하며 살아간다 해도 속내는 책 속의 그들과 같으니 어찌 우리가 눈이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현대 사회에서 안과 의사의 아내처럼 오로지 눈을 뜨고 많은 이의 눈을 대신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언론이다. 만약 언론이 그릇된 야욕을 품고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배정 받은 음식을 자신만이 독차지 하려고 현실을 왜곡시켜 전달한다면 눈이 먼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언론법이 보수 정당과 재벌 언론, 기업간의 이해 관계로 개악이 되려는 찰나인데 그것이 가져다 줄 폐해에 비해 저지하려는 국민적 저항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제대로 인도해 줄, 우리를 믿고 맡길 눈뜬 이, 정당한 언론을 찾아야만 하는데 길거리의 그들처럼 자신의 몸에서 나온 배설물에 쩔어 당장의 굶주림만 해결하려고 도시를 떠돌아 다닌다. 안과 의사와 그의 아내가 도시를 다니며 눈먼 자들을 볼 때 ’얼핏 그들은 눈이 보이는 것처럼 대화하고 있다’ 고 묘사한 것은 현실에 대한 사라마구의 냉소처럼 보인다.

심지어 아이들의 눈마저 멀게 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하면 좋을까. 일제 고사와 상위 몇 프로만을 위한 특수 학교에 줄세우기를 하는 행위가 아이들을 가두고 제약하며 미래를 보는 비전을 강탈하고 꿈조차 사라지게 하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아이들의 눈을 찌르고 파내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은유하여 말한들 다를 게 하나 없지 않을까. 그나마 눈뜬 자, 바른 교사가 있는데도 이들을 내치고 학살하는 현실은 소름이 끼친다. 소설 속의 가장 끔찍한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의 집단 강간도 현실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눈먼 여성들이 다른 이들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내어주고 이를 악물었듯이 우리는 이미 촛불을 든 소녀들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만행을 저지르는 이들에 의해, 심지어 같은 편에 의해서도 유린되고 조롱받는 것도 보았다.

아직도 눈이 멀어 있는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눈이 멀었는가, 아니면 우리의 스스로의 의지로 눈이 멀었는가.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눈을 뜰 수 있을까. 분노가 치민다. 나 스스로를 포함해 내 눈을 멀게 한 모든 것들에. 그리고 한없이 부끄럽다. 당장의 배고픔으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혼자서 거리를 떠돌려고만 한다는 것에. 눈멀지 않은, 혹은 눈이 멀었어도 글을 쓰려했던 소설 속의 작가처럼 메시지를 전하려는 사라마구 같은 작가의 책을 아무리 읽고 아무리 읽혀도 도시는, 세상은 요지부동이다. 눈먼 채로 이 책을 읽었다.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강간을 당하고 짜부라질 듯한 부담감과 피로감에 시달리는 저 밖의 이들과 연대하지 않는 이상 나는, 우리는 여전히 눈이 먼 상태일 것이다.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피를 빨며 그 시체더미 위에서 우리는 더럽게 생존만 할 것이다.

책의 내용을 비단 한국의 경우에 아전인수하여 풀이한 것만은 아니다. 언론법 개악의 폐해는 이미 이탈리아가 선례를 남겼으며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은 집권 보수 정당의 만행과 공권력 남발은 지금까지도 연일 벌어지고 있는 그리스 사태가 그 결과로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미래 모습을 그들을 통해 보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깨닫지 못한다.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다. 절망감에 눈물을 흘려도 소설 속에서처럼 눈물을 마셔줄 개 한마리도 없다. 우리는 영영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찌 하겠는가. 의사 아내와 같은 눈뜬 이, 바른 언론을 찾아 의지할 수 밖에. 자기 아이가 아니어도 사팔뜨기 소년을 돌보았던 일호실의 그들처럼 우리 아이들을 필사적으로 지키는 수 밖에. 아무리 우리가 내일 또 더러운 무언가를 배설할 수 밖에 없는 존재여도 존엄성과 수치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를 정화하는 길 밖에 없다. 정녕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