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 reviens te chercher :: Guillaume Musso

서점가를 나가보면 여전히 자기계발서나 성공한 사람들의 저서가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대리 번역 물의를 일으켰던 자기계발서를 딱 한 번 읽어보고 다시는 동종업계의 책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는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홀리는지 의아하다. 자신을 괴롭히듯 독촉하고 남들이 하는 매뉴얼을 따르며 전투적으로 세상에 맞서 기어이 인정을 받고 마는 것이 자기 계발이고 성공일까. 책이 팔리는 대로 사람들이 모두 실천한다면 성공한 사람들, 적어도 의욕 넘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해야 할텐데 현실은 별로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그저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내용이 저자와 표지만 달리 해서 끊임없이 나올 뿐이다.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문구를 볼 때는 마약을 맞은 듯 황홀하다가 현실에선 마음처럼 되지 않아 좌절하고 다시 중독자처럼 문장을 조금 바꾼 글귀를 허덕이며 찾아 위안 삼는 용도에 불과해지고 만다. 오죽하면 자기계발서는 어른들의 판타지 동화라는 말마저 나왔을까.

글을 읽을 때는 될 것 같다가도 막상 실천에 옮기면 금세 좌절하고 의욕을 잃게 되는 이유가 뭘까. 어쩌면 그건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원하지 않는 마음으로 애써 누르고 부단히 스스로를 갈고 닦아 목표한 바를 성취했다면 온전히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성공' 이라는 말에 홀려 모두가 저 방법 밖에 없는 듯 같은 길을 가려 한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의 소리를 애써 무시하거나 아예 듣지도 못한 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남을 따라가야 한다고 입으로만 중얼거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거나, 겨우 목적지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손에 쥔 것은 오로지 주먹뿐이고 달려오는 동안 모든 것을 흘려 버리고 말았다는 허탈감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한 반면교사의 경우들을 보면서도 왜 여전히 남과 같은 길을 가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과 자괴감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래서 남이 먼저 이룩한 모습을 내 미래의 모습이라고 세뇌하는 방법 밖에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미래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면 계속 지금처럼 살겠습니까?' 작가 기욤 뮈소는 이러한, 흔하지만 곧잘 잊게 되는 화두를 던진다. 단 하루의 일이지만 앞에 벌어진 일들을 알게 되어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바로 잡으려는 에단 휘태커의 절박함을 보며 읽는 이는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것,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게 된다.

가볍고 속도감 있는 필체 때문에 일견으로는 '돈과 명예가 전부가 아니다' 라는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주제로만 보일지 몰라도, 그 내면은 보다 심오하다. 업보(카르마)와 운명을 대립 구도로 놓아 '인간이 과연 주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고찰에 도전한 것부터가 그렇다. 사람에 따라 운명론자와 비운명론자, 운명 극복론자가 있겠지만 뮈소는 운명이 있든 없든 '그것으로 과연 인간이 그저 맥없이 있겠는가' 하는 자신만의 답변을 내어놓는다. 운명에 지든, 바뀌든, 극복하든 인간은 어떻게든 노력하고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뮈소의 철학을 보다 굳건히 보여주는 것이 그가 붙힌 챕터의 제목들이다. '도망치기', '맞서 싸우기', '이해하기' 로 붙혀진 제목들은 주인공 에단 휘태커가 선택한 행동의 요약 같아도 이것은 사실 에단만이 아닌 인간 행동 패턴의 요약이라 할 수 있다. 보통 현실 세계에 있어선 사람들이 대체로 선택하게 되는 패턴은 '도망치기' 와 '맞서 싸우기' 다. 닥친 자기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 안락한 곳만 찾아 도피하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응원하거나 채찍질 하면서 문제에 맞서 싸우려 한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오래 지속하지를 못한다. 도피하다가도 불안해져서 다시 세상에 자신을 끌어내다가도 몇 번 싸우다 지쳐서 다시 숨어들어가는 일을 무한으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이 바로 '이해하기' 다. '운명을 받아 들이는 것', 이것은 체념과는 틀리다. 어디에 있건 무슨 일이 생기건 마음을 여는 것을 말한다. 이 '이해하기' 의 통로는 매우 좁고 작아 악순환의 고리를 돌면서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빠져 나갈 때는 용기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것을 '희생' 이라고도 부른다.

'희생' 은 움켜쥐고 있는 자아를 놓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희생' 을 마음으로 받아 들였을 때, '이해하기' 의 통로를 빠져 나왔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결코 자아를 상실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를테면 결혼을 앞두고 많은 미혼들이 고민한다. 지금 하는 일을 지속해서 성공이라는 자아 실현의 기회를 놓치지 않느냐, 아니면 사랑을 택해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느냐 하고. 결혼을 택한 쪽은 몇년이 지나지 않아 곧잘 자기를 잃어 버렸다고, 자기 인생을 희생하고 말았다고 후회를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는 것보다 '자기 계발' 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자기 계발' 을 더 중요시 하는 쪽을 무조건 이기적이라 매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족을 위해, 타인을 위해 사는 것을 헛인생이라고도 할 수 없다. 특히 부모의 존재는, 자기 아닌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할 존재는 자신이 살아 나가고 선택하는 일이 자신을 죽이는 '희생' 이 아니라 '이해하기' 라는 인간 숙명을 받아 들이게 된 것이라고 도리어 기뻐해야됨이 아닐까. 때문에 뮈소가 매듭진 결론은 가장 타당하고도 명료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통속성과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 덕에 높은 인기임에도 하이 클래스로 대접받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론 기욤 뮈소는 3-40년 후에라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하고도 일관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데다 현시대를 그대로 밑그림으로 스케치 하면서도 고전적인 환상 소설의 계보를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챕터마다 거장들의 아포리즘을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것도 그만의 전매특허다. 짧지만 감동과 감화를 낳는 아포리즘처럼 쉽게 읽히면서도 강렬하고 간략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니 어찌 통속 작가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가 아직 서른 중반의 젊은 작가여서 기쁘고, 차기작은 어떤 변주된 내용으로 마음을 울려줄지 기대가 된다. 비록 많이 읽히는 인기만큼 그의 메시지가 모두를 바꿔놓지는 못하더라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또 해야만 하는 것이 그의 운명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