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e, Baby, Gone :: Dennis Lehane 

날이 따뜻해지면서 아이가 바깥에 나가자고 매일같이 성화다. 다니는 유치원도 놀이터도 집에서 5-10여분 거리라 일곱살 나이라면 무난히 혼자 나다닐 수 있을텐데도 근간의 흉흉한 사건들 때문에 차마 눈에서 잠시라도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우리 때라고 유괴나 추행 사건이 전무했던 것은 아닌데 다들 요새 같은 때는 없다 하니 대체 언제까지 싸고 돌아야할지 적정 나이를 판단할 수도 없다. 정말 세상은 예전보다 더 험악해졌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험악해졌을까? 그렇게 변해버린 사회 때문에 말 붙히는 어른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로 봐야한다고 가르치고 내 아이 오가는 반경만 무사하면 된다고 치마폭에 감싸는 것이 정말 최선의 방비책일까? 남을 의심하고 불신하고 배척하는 방법의 악순환이 세상을 점점 더 험악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과연 위험은 바깥에서만 오는 것일까?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정녕 저기 어딘가에서 오로지 악으로 태어나 악으로 성장한 불특정 누군가일뿐이겠는지.

네 살의 여자 아이가 집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미디어와 수사 기관이 총출동해 아이를 찾지만 단서 하나 발견할 수가 없다.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사랑하던 숙모가 사설 탐정인 켄지와 제나로에게 사건을 의뢰하며 실종된 아이, 아만다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이의 엄마는 마약중독자인데다가 희생자의 엄마로서 TV 뉴스에 나와도 예쁘게 비쳐지는가를 더 고민할 정도의 철부지였다. 그러니 아이를 방임했음은 당연지사. 캠코더 비디오에 찍힌 아만다의 모습은 네 살 아이 답지않게 아무런 표정도, 반응도 없는 모습이었다. 엄마의 부주의로 일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 켄지 일행은 그녀의 마약 제공선을 물색하고, 점차 더 큰 음모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아이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사망으로 처리되어 켄지와 제나로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긴다. 얼마 채 안되어 또 다시 한 아이가 실종되고, 아만다의 실종 때 용의선상에 올랐던 아동 성추행범이 유력한 용의자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이는 처참한 시체로 돌아오고 만다. 이 사건을 통해 함께 수사했던 경찰에게 의문점을 발견한 켄지는 아만다 실종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고 결국 숨겨졌던 커다란 음모를 밝혀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소설은 전적으로 '바깥의 범인' 보다 '내부의 범인' 에 촛점을 맞춘다. 바깥의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납치가 되었지만 과연 그 아이를 괴롭힌 건 그 범인이었을까? 아이는 집안에 온전히 있었으면 아무런 위협없이 행복하기만 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납치나 유괴를 정당화 하거나 범인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장 과정에 동정의 여지는 있으나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범죄자에 관해선 가차없는 처결을 내린다. 사형제도 불가피론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이 사회는 사형제도를 향유하고 운용할만한 지성이 없다고 작가는 일갈한다. 다만 고민할 뿐이다.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처결할 것인가, 그럴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말이다. 켄지는 직접 범인을 처형하고 나름의 당위성을 가지지만, 아만다를 납치한 범인에 관해선 그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갖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그는 결국 많은 것을 잃는다. 켄지가 범인을 처결했을 때 독자는 사회 정의의 쾌감을 느끼지만 아만다 사건의 범인을 고발했을 때는 사회 정의에 반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 그저 대리 만족의 근사한 가면일 따름인가. 작가가 내놓은 두가지 길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나약하고 초라하면서도 오만한 모습을 보게 된다.

나 역시 사형제도에 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희대의 범죄자, 인권유린자에 관해서는 가차없길 바라는 마음이야 다른 이와 같지만, 일단 그 제도가 최소한이나마 악용될 여지가 있어 충분한 보완없이 운용 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일차적이고, 사형 제도의 부활로 흉악 범죄율이 낮아질거란 기대에도 반신반의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형을 당할만한 범죄자의 대다수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되고, 이들은 그 제도를 그닥 두려워하지 않는다. 즉, 범죄의 발생 자체는 막을 수 없고 사건 이후 운좋게 잡아 들였을 때 그를 공개 살해하는 것을 천명하는 것으로서 사회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만족하고 불안감을 씻어내려는 일반 국민들을 위한 전시 제도에 불과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제도의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말마따나 [사회에 그럴만한 지성이 있는가] 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차라리 소위 '금자씨 방법', 그러니까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지가 직접 처단케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달까. 사형 제도보다 비이성적인 방법인지는 몰라도 어차피 사형 제도 역시 대리 만족이라면 피해자와 아무 연관없는 내 개인의 만족보다 피해자 가족이 조금이나마 한을 덜 수 있는 방법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범인을 어떻게 처단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막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이를 눈에서 떼지않고, CCTV를 보다 많이 설치하고, 이런저런 안전 교육을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무조건적으로 각박을 각박으로 다스리려는 방법은 위험해 보인다. 가령, 대부분의 범죄자가 불우한 가정 환경을 갖고 있으니 그런 환경에 처해진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라고 분류하고 갈라놓는 극단적인 태도가 그렇다. 자기 아이만 안전하면 된다하며 학교에 가서도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하는 부모는 자신의 분류법으로 인해 멀쩡한 아이를 차후의 범죄자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도대체 누가 범죄자가 되는가. 붕괴된 집안에서 시작되는 거라면 사회는 그 안에 있는 아이가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만 하는가. 아이였을 때는 누구나 피해자다. 피해자가 아무런 보상없이 단지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로 구분된다면 그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오로지 그만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이 점차 각박해져 가는 것은 오로지 악의 종자로 태어난 아이와 그를 길러내는 데 실패한 무책임한 부모 때문만일지. 낯선 어른을 따라가지도 도와주지도 말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그런 어른이 왜 있는지를 제대로 얘기해주지 못하는 부모로서의 내가 너무도 무기력하고 한심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