Петербургские повести ::  Микола Васильович Гоголь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 [분신] 과 [가난한 사람들] 은 각각 고골의 [코] 와 [외투] 의 오마주작이라 할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스스로도 ’모든 러시아 문학은 [외투] 에서 나왔다’ 는 일반화로 영향 받았음에 당당해 하고 그 명성에 편승하려는 듯한 말을 했지만, 결과적으론 그 역시 거장이 됨으로 고골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현대에 와선 사제적 관점에서보다 동일 선상에서, 혹은 청출어람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더 높다. 가령, 같은 주제를 놓고 고골과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떻게 해석하고 서술했나를 연구하는 식이다. 작가의 자국 문화사를 잘 모르는 외국 일개 독자의 입장인 나로서도 고골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성향이나 관점을 단순하게 평가하게 된다. 고골 쪽이 좀더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면서도 현장에서 한발 떨어져 나온 듯한 냉소성이 느껴지는 반면, 도스토예프스키는 매우 감정적이고 감수성에 기대면서 현장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도 극적이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어느 쪽의 팬이냐에 따라서(혹은 독자 취향에 따라서) 도스토예프스키가 고골의 모방자였다는 관점도 있고 고골이 제시한 주제를 좀더 심층 연구했다고 두둔하는 관점도 있는 것 같다. 팬심으로 따진다면 개인적으론 고골 쪽을 좀더 우선 순위로 두기는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에 관해선 그가 무작정 [코/외투] 를 모방했다기보다 자기 식으로 재해석했다고 보는 쪽이다. 아예 장르 장체를 다르게 보는 면도 있다. 고골은 고딕 환상 문학으로서의 틀을 갖추고 있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모더니즘 소설에 가깝다. 특히 고골은 전작에 걸쳐 구전에 영향 받은 우화성 글을 주로 집필했다. 그렇게 환상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묘사해내는데, 이 묘한 불균형이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차후 러시아 작가들에게 모더니즘의 기초를 마련하는 발판을 제공했다고 보여진다. ’모든 러시아 문학은 [고골(외투)]에서 나왔다’ 는 말이 과장된 일반화일지는 몰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특히 이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단편집은 고골의 그러한 경향을 쉽게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황당하리만큼 우화적인 코의 의인화로 시작하여 [외투] 에서는 유령의 등장으로 비현실적인 내용을 이끌다가 [광인일기] [초상화] 에 이르러선 환상과 현실에 경계에 놓인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네프스끼 거리] 에서는 환상성이 거의 제거되어 있으며 그나마 주인공이 보는 환상도 아편이라는 현실의 통로를 통해 제공 되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네프스끼 거리] 의 작중 화자가 [현실이야말로 꿈(환상)] 이라고 마무리 하는 말은 뛰어난 환상문학가이자 선구적 모더니스트였던 고골의 주된 철학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 점이 그를 평생 괴롭혔는지도 모르겠다. 종교에 귀의했다 결국 우울증을 못이겨 의문을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록을 봤을 때, 냉소적인 풍자가였지만 측은지심을 잃지 않았던 그가 부조리한 현실을 얼마나 버거워했을지 미뤄 짐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코/외투] 보다 매우 ’현실적인’ [네프스끼 거리] 가 좀더 마음에 와닿는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 것이 겉보기와 다르다] 는 절박한 외침에서 뻬쩨르부르그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그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관료 제도를 비아냥거리면서도 자신 역시 그 제도권 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뼈저리게 아파하고, 자유주의를 갈망하지만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비난 받는 것을 괴로워하다 결국 종교에 기대거나 창작 의욕을 상실해버린 나이브한 심성이 세대를 건너 그에게 측은함이 묻은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그토록 바라던 자유주의가 정착된 현대에 났다면 작가적 소신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작품을 써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체제에 상관없이 다소 심약한 그였기에 그런 성향에 맞는 글들을 써낼 수가 있었던 것일까. 그가 도스토예프스키 못지않은 하이퍼그라피아여서 작가적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좀더 많은 작품을 양산했다면 러시아 문학은 물론 세계 문학이 좀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함께 사상이 앞서가는 글쟁이는 세상이 몰라준다는 변명을 새삼 공감하게도 된다.

나는 아무리 말빨 좋고 지적으로 무장 되어 있어도 자기 이외의 세상을 비판만 하는 글쟁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라며 시비를 뚜렷하게 가리는 글은 분명 멋지지만 글쟁이의 태도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앞에 두고 [나는 네 상태를 잘 관찰하여 세상에 알려줄테니 죽든 말든 알아서 기어 나오라] 고 말하는 것 같은 위화감이 종종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글쟁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현장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진 편이 아닌가. 취향의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서 차라리 심약한 글쟁이들이 좋다. 분명히 비판하면서도 [비판만 해서 미안해] 하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기 반성하는 이들 말이다. 이들은 대체로 다른 날선 이가 굳이 그 심약한 부분을 비판하지 않아도 늘상 자기회의로 배겨내질 못한다. 아마도 이들과 고골은 일견 닮아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이 고골처럼 좌절만 하여 끝내 절필할 만큼 나약해지지는 않았음 좋겠다. 비록 측은지심을 간직한 글쓰기가 무조건 비판적인 글쓰기보다 훨씬 고행에 가까운 일이라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