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넓게 펼쳐진 바닷가에서 비닐에 쌓인 종이 뭉치를  하나 집었다..
나는 서둘러 비닐을 벗기고 종이 뭉치를 풀렀다. 그 안에는 소박하지만 맑은 느낌의 돌이 있었다.[강의]란 돌이었다.돌을 언뜻보니, 나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왠지 모르게 그 돌은 나에게 특별하게 보였다. 바닷가 가장자리에 앉아 돌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그 돌은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하게  보였다.그 조그만 돌에도 여러가지 다른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참으로 신기했다. 그 조그만 자리에 여러가지 무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그 무늬들은 서로에게 잘 어울렸다.보기좋았다. 잡고 있던 돌을 살짝 돌리자 신영복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아마 내가 이 돌을 줍기전에, 이 돌을 가지고 있었던 주인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순간, 종이 뭉치에 신영복 씨의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종이 뭉치를 풀렀다. 종이 뭉치를 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신영복 씨의 이야기가 써있었다.이야기 첫머리에 그는 자신의 지극히 작은 이야기가 다른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확신하면서 이 종이 뭉치를 만들었다고 하셨다.
 그 분은 고전을 참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그 분의 할아버지 영향도 있었지만...사회적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20년동안 투옥하시면서 그 안에서의 영향도 있었다고 하셨다.
 '고전..?고전이라 생각하면 오래된 것, 오래되서 지금 시대와 맞이 않는 것,그래서 별로 필요없지 않은가?그런 고전을 좋아하셨다고..?별론데..'
 종이 뭉치의 다음내용을 읽어보니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것이라 하였다.그 말이 맞다.과거없이 미래가 형성 될 수 없다.현재도 마찬가지다.시간이 흐른 과거는 현재였으면서 미래였다.
현재와 미래가 과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그래서 신영복이라는 분이 고전을 좋아했구나..'
종이뭉치에 적힌 글은 5줄 정도 밖에 안되었다.그는 돌을 유심히 보라 했다.
돌을 봄으로써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돌을 보니 .. 좀 전에 느낀바와 같이 여러가지 무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런 아름다운 돌이 종이 뭉치에 쌓이면 아무 것도 아니라니..내가 사는 세상도 안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겉을 싸고있는 것이 중요하다.사람들에게 가장 빨리,먼저,많이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화려하고 꾸밈이 많다.내가 지금 쥐고 있는 이 돌처럼 나는 이런 돌들을 수없이 버렸을 것이다.지금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내 눈과 의식이 어느새 누군가의 눈과의식으로 맞춰져 버린것 같았다.나는 내가 아니다.현기증이 났다.
 그 현기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돌의 다른 모습을 찾아보려 애썻다.
하지만 여러가지 무늬가 있는것 빼고는 별다른게 없었다.내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난 내얼굴을 보기 위해 돌을 좀더 내 얼굴에 갔다 대었다.하지만 가까이 대도 희미하게 보이는건 마찬가지였다.희미하게 보여서 난 불안했다.불안하면 해야 할 일도 손에 잘 안잡힌다.그것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것,반성했던 것들 모두 다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저 순간의 선택으로 나를 이끌어갈 뿐이다.그 불안한 순간이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도 난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그저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식은 땀이 흐른다.그 불안한 순간이 다행히 지나가면 그때서야 난 반성을 한다.그때 뿐이다. 불안한 순간이 오면 다시 반복이다.후회도 반복이다.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나는 내자신에 의심한다.의심하면 할수록 그 대상은 내 자신에서 다른사람으로 변해간다. 다른사람을 의심하면 내 행복은 사라진다.
내 자신과 다른사람이 나를 버렸으니 세상은 사라진다.
 이 돌과 내 자신을 비교하니..돌이 더 나아 보였다.돌은 영원하다.돌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걱정이 없다.이 돌은 다른 돌들과 함께 살아가고 이 돌안에 무늬조차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고 있다.돌들과 돌안의 무늬들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그것이 조화로운 세상이다.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서로 자기들이 잘났다고 소리친다.하지만 내가 이 돌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을, 다른사람도 이 돌을 집음으로써 얻을 수 있을것이다. 돌은 변하지 않는다.돌은 우주가 있는한 자신의 역할을 다 할것이다.다른 돌들과 같이 말이다.
 내게 이 돌의 의미는 무엇일까?이 돌 하나로 인해 내 인생이 바꼇다고 하기엔 좀 그렇다.너무 작은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이 첫 돌을 줍고, 또 다른 돌을 계속해서 줍다보면, 난 주운돌로 산을 쌓을 지도 모른다. 내 손안에 돌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혜가 필요할 때,
난 이 돌을 내손에 쥐면서 걸을 것이다.
 내가 선택해서 주운 돌이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하지만 이 돌을 다른사람보다 잘 관찰하였다고는 확신을 못한다. 하지만 난 돌을 줍기 시작했다.
이왕 줍기 시작한 거 계속 줍고 싶다.돌을 줍는대만 신경쓰지 않겠다.돌이 있는 그 바다도 볼것이다.그게 내 소원이다. 많은 돌들을 마음으로 쥐면서 바다 위를 걷고싶다.

<박상하.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답십리2동 청솔우성@112동705호. 010-3100-8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