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애 작가의 소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린이야기' 다. 아린이야기는 나도 꽤 초반에 읽었던 소설이고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소설의 영향으로 책표지에 박신애, 세 글자 적혀있으면 내용 따지지 않고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건 못하겠다. 아린이야기의 후광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아사랴, 5권의 짧은 소설이다. 많은 이야기를 적은 권수 안에 했어야 했기 때문일까.. 일의 전개는 빠른 편이었다. 평소같은면 빠른 전개에 좋아라 했을 텐데, 글쎄. 나는 읽는 내내 지루했다. (아, 1권은 빼고..) 말마따나 많은 내용을 우겨넣으려니 설명이 길어지고 그 긴 지문을 읽고 있자니 지치는 기분까지 들었다. 나중에 가서는 긴 설명은 그냥 눈으로 대충 단어만 훑어 넘기고 말았다.

 

인물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일단 이쪽 세계에서 넘어간 비스닉..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여성의 성격이 그렇단 말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기대이상으로 막무가내이기도 하고 놀랍도록 폭력적이기도 하다;; 그 성격이 이세계에 와서 적응하면서 그렇게 변했다는 걸까? 그렇다기엔 자신의 육체를 거부해서 죽을 지경까지 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가. 여자가 하루아침에 남자가 되었는데도 전혀 개의치도 않고..도리어 난 원래 여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경인데. 그리고 평범한 여성(이름이 기억 안 나서;)에서 비스닉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뭐 그렇게 일사천리로;; 죽을 때까지 버틸 것처럼 완전 심각했는데 너무 쉽게 돌아서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단지 겉모습이 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을동 말동 심각하게 구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렇게 심각하게 굴어놓고 아버지를 위해서.. 그걸로 끝이란 말인가? 그리고 전혀 밝혀지지 않는 비스닉의 얽힌 이야기는..참담하기까지 하다. 그거 기다리느라 단 이틀만에 다섯권 독파한 건데. 얘가 왜 이세계로 넘어갔고, 비스닉의 원래 몸 주인은 어떻게 됐고, 천계나 마계가 그와 어떻게 엮겨 있는 건지.. 설명 좀 해주지.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그래. '정령왕의 딸' 의 주인공인 해인이와 그 주변 인물들이 비스닉과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해주신다. 정령왕의 딸 안 읽고 이거 봤으면 어쩔 뻔 했냐고요.

 

가장 중요한 건 대체 이 소설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 일이 마무리되어 끝난 것도 아니고.. 이 인물들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하더라도 이 소설은 바로 이 소설 자체에 충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5권에서 대뜸 모든일이 마무리 지어져버리는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미완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렇고. 이갸기는 비스닉의 자아찾기도 아니고, 이세계 적응기도 아닐뿐더러.. 비스닉과 연관된 인물도 거의 전무하다. 어쩜 관련된 인물이 오직 양아버지 뿐인 건가. (마족이고 천족이고 비스닉과 얽힌 인물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게 그들의 관계는 완전 일방적이지 않은가. 비스닉은 천족이고 마족이고, 아예 그 세계에 관심도 없다.) 그래서 이야기가 이렇게 심심한 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반적으로 너무 어정쩡하다.

 

비스닉이 아니라 해인이를 주인공으로 대한민국에서 넘어온 비스닉을 도와주는 얘기였대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 편이 더 안정적이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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