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생기고 부모가 되고나니, 아빠 엄마라는 단어에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커오며 수없이 말해 온 단어이지만, 내가 그렇게 불리는 것은 또 달랐다. 엄마란 어떤 건지, 내가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으니까. 이 책 역시 책 제목에 ‘아빠’라는 단어가 있어서 고르게 되었다. 근데 아빠를 판다고? 제목을 자꾸 볼 수록 궁금해졌다. 책 속의 아빠는 어떤 아빠이고, 아이는 아빠를 어떻게 팔려고 하는지.

 

책을 읽다 무심코 식탁 위에 올려놨는데, 신랑이 이 책을 볼 때마다 자꾸 묻는다. ‘아빠를 왜 파는 거야,’ ‘아빠는 팔렸어,’ ‘아빠를 어디에 팔았어.’ 하며.. 그때마다 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 때마다 난 아빠를 파는 부분까지 읽지 못했으니까. 근데 책을 다 읽은 지금, 신랑이 또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난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까? 이 책은 아빠들이 읽기에는 부적절한 책이지 싶다. 아빠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왠지 분노 할 것 같다. ‘이런 배은망덕 한 아들이 어디 있냐며.’

 

그럴리 없겠지만, 우리 아들이 샘처럼 아빠를 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우리 아들이 샘과 같이 행동한다면 난 너무 슬플 것 같다. 그리고 아빠인 신랑은 정말 많이 상처받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다른 집 아빠와 비교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왜 가난하냐고, 아빠는 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냐고 한다면.. 게다가 실직으로 속상하고, 무기력해지고, 힘든 아빠에게 아들이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질책하고, 훈계하고, 강요한다면....

 

“샘이나 당신이 칭찬해 주지 않으면 난 집에 안 들어갈 거야. 오늘 내가 얼마나 당당했는지 당신과 샘이 봤다면 정말 멋있다고 했을 거요. 오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당당했소. 그래서 해고를 당하긴 했지만, 우리 아들에게만큼은 인정을 받고 싶소.”

- <아빠를 팝니다> 83p 중에서 -

그것은 샘의 아빠가 해고당한 날, 집 앞에서 들어오지 않고 버티고 서서 아들에게 아빠로서의 인정을 바라는 아빠, 디노를 보며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힘들게 일하고, 힘들게 돈을 벌어 와도 존경받지 못하는 아빠의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자의 삶이 너무 억울하다고 여겼었다. 남자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일하다가도,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남자들도 참 힘들구나 싶었다. 가장으로서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쉽게 그만 둘 수 없고, 가족을 위해 충분한 돈을 벌어 와야 하니 말이다. 한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남자들의 삶도 참 힘겹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이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미셀레의 아빠는 샘의 말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의 대답이 총알처럼 빠르게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고... 또 매일 같이 15시간 이상은 일을 해야 돼. 그리고 목표를 세우는 거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샘을 빤히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절대로 포기해선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내 말 알아들었나?”

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해 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더? 덧붙일 말은 없다. 이게 다야. 그 나머진 쓸데없는 말장난이야.”

“저어, 저의 아버지를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아버지를? 내가 왜 그래야 되지? 내가 지금 너에게 모든 걸 가르쳐 줬잖아. 그러니까 네 아버지는 네가 가르치면 될 거 아니냐.”

샘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러자 미셀레의 아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네 생각을 안다. 부자가 되는 게 그렇게 말처럼 간단한 거라면 이 세상은 백만장자들로 넘치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추구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그러다가 결국 막판에 이르거나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거야 난리를 피우곤 하지.”

“난 지금 나가 봐야 한다. 더 많은 걸 알고 싶거든 책을 보거라. 책 속에 네가 알고자 하는 게 다 있으니까.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은 어느 누구나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네가 명심해야 될 게 있다.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안 돼.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해.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듯이 말야. 그리고 반드시 말과 행위는 일치해야 한다.”

그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샘 앞을 지나 왼쪽 문을 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아빠를 팝니다> 157p 중에서 -

성공한다는 것, 부자가 된다는 것. 그것을 모두 이룬 이가 말하는 그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부지런히 꾸준히 일하는 것,. 목표를 세우는 것,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이 정도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하지만 왜 모든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고, 모두가 부자가 되지 못했을까. 그것은 행동으로 옮기고 못 옮기고의 차이였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이와 그렇지 못한이. 그것이 성공 여부를 가르고 있었다. 괜히 부끄러워졌다. 난 그렇지 못한 자에 속했기에. 그렇기에 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지금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샘처럼 열네 살이 되었을 때 난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 같은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좀 더 멋진 모습의 엄마를 보여주고 싶다.

 

샘은 문득 그가 벌였던 일들이 부끄러운 짓이었음을 느꼈다. 비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서 벌인 일들이었지만, 어쨌든 아빠의 무능함을 탓하며 아빠를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던 것은 사실이다.

겨우 열네 살짜리 아들이, 아빠가 가족을 돌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빠를 팔아 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아빠의 마음 속에 커다란 상처로 남을 것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고통스러운 상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 아픈 상처가 아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인가.

- <아빠를 팝니다> 242p 중에서 -

디노는 계획표에다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을 매우 사소한 부분까지 적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에 디노는 자신의 계획표를 다시 살펴보고 자신이 한 일에다 줄을 그었다. 일요일 밤에는 일 주일 동안의 목표를 정한 계획표를 작성하고, 일 주일이 지나 다시 일요일이 되면 지난 계획표를 살펴보고 지난 주에 자신이 해 낸 일에다 줄을 그었다. 그리고 디노가 이루어야 할 목표는 모든 다른 노트에 적었다. 그 노트 안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목표가 없는 인간은 노 없는 배와 같다. 그러나 목표가 분명한 인간은 성공의 길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폭파해 버리는 다이나마이트와 같다.”

디노는 점점 스스로에게 만족해 하는 것 같았다. 샘은 엄마에게 아빠가 요즘 들어 자신이 계획표를 적어 놓은 일을 해 내지 못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 <아빠를 팝니다> 243p 중에서 -

그러기 위해서 나도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매일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또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말이다. 처음 샘이 아빠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세우고, 아빠를 이끄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샘이 어떻게든 아빠를 성공시킬 줄 알았다. 직접 아빠를 취직시키거나 해서 말이다. 하지만 샘이 한 것은 신문에 광고를 내서 아빠를 팔아버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변한 디노를 보면서 샘이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