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소은의 노래 '키친'을 떠올렸다. 같은 키친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주인공 미카게에게 있어서 키친은 피난처와도 같았다. 스트레스는 음식으로 푼다거나 스트레스를 요리로 푸는 사람들에게도 키친은 피난처인걸까? 하지만 미카게와는 다른 것같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절실해 보였으니까.. 

나는 지금까지 커오면서 내 주변에서 죽음을 본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많이 키워왔음에도 한번도 우리집에서 죽어서 나가는 걸 본적이 없고,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본적이 없다. 아니.. 죽음을 느낀 적이 없다고나 할까..? 

내가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 막내 이모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고, 내가 철이 들었을 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기도 했고, 친구의 아버지가 갑작스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미카게처럼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는다거나 지독한 슬픔에 빠진다거나 사뭇치게 그리워한다거나 해본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난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 피붙이 없이 나 혼자 남게 된다면..? 그저 살기 위해 일하고 살기 위해 먹는 삶이 되겠지..? 세상이 너무 무섭게 느껴질 것같다. 내가 없어도 아무도 모르는 그런.. 홀로 남겨진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누가 날 거두어 줄까..? 내가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그동안 간간히 독립을 꿈꿔보던 내가 우스워졌다. 독립까지 꿈꿔봤으면서.. 뭘 무서워하나 싶어서.. 아무래도 난 아직 독립을 하기엔 이른 것같다.. ^^;;; 

잔잔히 흐르는 내용이지만 책장이 쉽게 넘겨지지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얇은 책에 내가 붙여 놓은 포스트잇이 나풀나풀거렸다.. 이게 바로 일본문학의 무서운 힘이려나?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 사람들. 그러기에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느끼나보다.. 그리고 이렇게 잔잔하지만 깊이가 있는 글을 쓰게 되나보다. 

죽음과 성전환자, 그리고 외로움.. 을 소재하는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참 궁금해졌다. 작가의 주변 생활에 대해서도.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작가의 생활이 글에 담겨지기 쉽기 때문에 세상에 일어나는 일이고 세상 어딘가엔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일반적으로 쉬이 경험할 수 없는 죽음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성전환자를 누구나 쉽게 겪고 쉽게 느낄 수 있는 외로움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 작가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하고 말이다.. 

이 작가가 써온 글들 중에서 이 책이 처녀작이라고 한다. 그녀의 글에 담겨나갈 모든 뼈대가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한다.. 참.. 외롭고 고독한 인생의 항로를 걷고 있는 듯한 이 책에서 작가의 소리없는 눈물과 아픔이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끝이 항상 해패엔딩이라는 거.. 이 작가도 행복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이 작가에 대해 알아보면다. 지금은 아니지만.. ^^;

내가 쓰는 글에는 어떤 것이 담겨질지 참 궁금하다.. 엽기? 판타지? 동화? 로맨틱?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처녀작! 궁금하다. 근데.. 나의 처녀작은 조금 밝은 내용이였으면 좋겠다... *^^* 막연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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