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화가는 산 사람은 물론 죽은 살마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직업이야. 죽은 사람이 무섭다거나 죽는 것이 두렵다면, 그건 화가가 아니란다." "자네를 둘러싼 가난과 고통은 결국 자네가 예술가의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싶어 하는 뮤즈의 호의라고 생각하게." "경쟁이란 새로운 고통이 즐비한 곳이지. 행여 경쟁에서 뒤진다고 해서 결코 절망해선 안 돼. 그럴 때마다 항상 마음을 다잡고 성실함의 미덕을 벗 삼아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져 보아야 한다. 그렇게 시련을 헤쳐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평온한 마음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고, 밝은 미래는 결국 너의 것이 될 것이다."


베르메르 vs 베르메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이었다. 그리고 많은 상상을 하게 했다. 베르메르의 내면과 외면을 쓴 걸까? 인간 베르메르와 예술과 베르메르에 관해 쓴 걸까? 아니면 베르메르라는 동면 이인에 관해 쓴 걸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제목이 이해가 되었다.

본의 아니게 베르메르가 된 어느 화가의 이야기. 진품보다 더 진품같은 베르메르의 위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그의 이야기는 그저 유럽같은 곳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 언급한 박수근의 위작 논란 이야기를 보곤 위작놀란은 이제 우리에게도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렵에선 약 100여년 전에 문제가 되었던 일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서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예술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에는 기뻤지만 유럽에선 100여년 전에 겪었던 일들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그러한 모습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갈길이 멀구나 하는 씁쓸함에..

박수근의 위작 놀란 역시 이 책처럼 위작으로 판명이 났고. 박수근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 화가들에 대해 외국의 그림 역사에만 관심을 가지느라 정작 우리나라의 화가나 역사에는 큰 관심을 안두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시선을 우리나라의 미술계에 돌리는 큰 계기를 갖게 되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이 역사의 일부라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우리의 모습엔 지난 역사의 단편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