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것은 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2001년과 2009년 나는 8년의 시차를 두고 이스라엘이라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2001년에도 그곳의 모습은 살벌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의 관심사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독립의 역사라는 관점에 더 관심이 있었고, 팔레스타인의 지위와 권리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특유의 전운이 감도는 느낌과 뭔가 모를 그 불편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2009년 다시 그곳을 갔을 때, 결과적으로 보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서있으며, 그 속에는 우리의 일제시대처럼 차별이 남아 있다. 나는 과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했을까? 아니면 그냥 방관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우리 주변에는 아직 분노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불공정한 관행에 대하여, 내가 도와주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오늘도 함께 동시대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의 미래를 지켜나갈 아이들을 위하여, 우리의 오늘날이 있게 해준 부모님 세대들을 위하여,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며,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하고,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하고, 고치지 못함을 분노하고, 고치기 위해서 분노를 해야 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 분노를 표출해야 하며, 그 분노로 말미암아 오늘의 우리 나라의 모습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분노는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90대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에셀옹의 분노에 박수를 보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끊임없이 분노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오늘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