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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가히 여타 다른 책들의 두 세권을 포게놓은 것보다 더 두꺼울 정도의 위용을 자랑한다. 잭 리처 시리즈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책의 두께가 이 권가 다름없이 전부 두껍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 지레 겁먹고 잭 리처 시리즈를 읽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노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두껍다고 무조건 읽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상쇄시킬 만큼이나 재미를 보장하고 있으니 이런 것쯤은 보잘 것없는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막상 책을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빨려들려갈 듯한 흡입력과 미칠듯한 스피드에 벌써 끝났느냐며 한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리라 감히 예상한다.

이번 <사라진 내일>은 잭 리처 시리즈의 13번째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열 세권 전 권이 다 번역되지 않고 국내에 번역되어진 <추적자>와 <탈주자> <원샷>에 이어 오늘의 이 <사라진 내일>까지 네 권만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잭 리처시리즈의 신간이 출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이지만 뭔가가 이상하다. 전편과는 다르게 책의 높이도 줄었고 표지도 이전의 검은색과 다르게 붉은색 일색이다.

시리즈라는 통일성을 살린다면 전편과 동일한 스펙의 책이 출시되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점이 생겼지만 이내 그 의문점은 풀렸다.

이전 권을 출시했던 출판사(랜덤하우스)와 <사라진 내일>을 출시한 출판사(오픈하우스)는 서로 다른 출판사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같은 시리즈를 어째서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각자 출판할 수 있는 것이지 하고 의문이 생겨서 찾아봤더니, 어른들의 뒷사정(?)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카더라가 보였다. 외국에 경우에는 더러 있는 일이며 지금까지 잭 리처 시리즈가 열 세권이 넘도록 출판되었다고 하니, 그 많은 책중에 꼭 한 출판사에서 내라는 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할말은 따로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전 랜덤하우스에서 계속적으로 안재권 번역자가 번역을 도맡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잭 리처 시리즈의 영문판을 읽어 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전 권과 비교해서 본 <사라진 내일>은 너무 딱딱했다. 물론 그게 잭 리처라는 캐릭터의 하드 보일드한 매력을 살려줄지는 몰라도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내용도 두 마디로 나눠서 묘사하니 조금 맥이 끊기는 느낌이다.

그것 외적인 내용에도 불만은 있다. 308페이지에 밑에서 8번째 줄에 "그렇다면 물러서는 게 좋을 거요. 나을 얼마나 많이 잠재우든 결국에는 깨어날 테니까." 나을이 아닌 나를이 맞는데. 그리고 407페이지에 아래에서 5번째줄 "벌서 이 나라를"이 아니라 벌써 이 나라를이 되야한다. 물론 사소한 오타에 불과하고 1판 1쇄본이지만서도 이런 곳에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번쯤은 다시 검토했을때 보일법한데 말이다.

이전 랜덤하우스에서 발매한 책들은 1판 1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한 오타는 없었다.

이번에는 외적인 내용이 아닌 안으로 들어가 이전 권과 달라진 점에 대해 말해보려한다. 우선 잭 리처가 처음으로 소개 되어진 <추적자>처럼 1인칭으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변화라고 보기에는 잭 리처 시리즈의 화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이변이 없다. 사실 1인칭 시점의 장점이 주인공의 심리를 사건에 따라 자세히 묘사하기 때문에 조금더 주인공에 몰입해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잭 리처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워낙 담대하고 거침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건과 마주해도 덤덤하고 객곽적인지라 3인칭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 시점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582페이지에 마지막줄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나와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이 소설에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을리가 없다.

이것을 '그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일 것이다.'하고 단정문이 아닌 추측문으로 고쳐주면 더 읽기 편할 것 같다.

아, 그렇다고 내가 이번편에 대하여 악감정만 가지고 있다던지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잭 리처 시리즈 중에 이번 편을 최고로 쳐주고 싶다. 스케일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모두 말이다.

앞부분은 지하철 테러라는 거칠고 강렬한 소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지루했다. 흑막에 덮인 모든 일들이 아마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잭 리처가 그 여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이 일에 대해서 계속 파헤치게 만들었고 사건이 늘어날 수록, 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재미가 더해졌다.

이것에서 또 이전편과 차이점을 찼자면 이전편은 악당이 계속해서 잭 리처를 건들여서 잭 리처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번편은 죄책감이 잭 리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줄어들고 잭 리처가 추리하는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수사하고 함께 움직이는 반면 이번편은 갑작스럽게 만나고 갑작스럽게 헤어지고 갑작스럽게 정사가 이뤄진다.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추리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하다. 이전 편들은 액션과 스릴러라는 측면에 많이 의존했는데 잭 리처의 헌병이라는 캐릭터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직관력있는 모습을 많이 선보였다.

단순한 스릴러 소설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다른 독자들에게 어필할만한 고유의 매력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이번 편과 같은 비율의 잭 리처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기도 드물텐데 말이다.

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책장에 잭 리처 시리즈를 한대 모아놓고 바라보고있으면 그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하나같이 두터운 두께에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준다. 많은 편들을 연재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올 때도 있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약간 시들해 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차일드는 변함없는 매력과 변함없는 행보는 찬사받아 마땅하다. 언제나 고독한 잭 리처의 행보를 따라 리 차일드 역시 고독하고도 힘찬 앞으로의 모습 또한 기대해본다.

"항상 혼자가 낫습니다."

- 잭 리처-

스릴러, 잭리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