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친정을 떠나서 한참이 적응되지 않았다.  조금 걸어서 읍내로 나가도 되었고, 차로 20분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내로 나갈 수 있기에 살기에 그리 불편하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논밭, 주택들, 베란다에서 보이는 먼 거리의 계속 이어진 산봉우리들...... 그리고 겨울로 접어들어 6시만 되면 깜깜해져 나갈 수 없는 큰 거리까지 (이제는 가로등이 들어왔지만) 온통 적응안되는 것들뿐이었다. 처음엔 집안에만 갇혀 살았다. 어차피 아는 이도 없었고, 나가도 할 일이 없었고,, 그러다가 차츰 이동을 위해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상스레 맘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
기 위해 걸어가는 길에 들려오는 새소리들, 쫄랑쫄랑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는 동네 강아지들, 여름이 다가오면 청량하게 울어대는 개구리들,,

자전거로 한가로이 운동할때 잠시 쉬어가는 다리 밑 오리떼들까지 나의 마음을 쿵쾅거리며 설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때론 우람하게, 때론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는 푸른 나무들을 보며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나에게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그러나 한참을 잊고 있다 마음이 허한
요즘, 책장위에 있는 이 녀석에게 눈이 갔다. 다시금 회복이 필요한 나에게.

 

 나무의사 우정영씨의 이 책은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장 그곳에 나무가 있었네, 2장 나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3장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14종의 나무, 2장은 11종의 나무를 소개하고 3장은 나무에서 배운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각기 소개된 나무의 특성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등을 저자의 지난 추억과 깨달음속에 버무려 소소하게 나열해가는 참으로 나무처럼 우직한 글들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가슴 뭉클하지도 않고, 오밀조밀하지는 않지만 담담하게 나를 돌아다볼 수 있는 휴식같은 시간을 제공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의 가슴아픈 모습들, 그리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이 주는 경고등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작은 노력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으며 알지 못했던 다양한 나무들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끝 부록으로 집안, 집밖에서의 식물 키울때에 대한 조언이 실려있어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