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나는 바보같은 농담이나 즐기는 치명적 성향을 지니고 있고, 마르케타는 농담을 절대 이해 못하는 치명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45p

 

 모든 면에서 우수한 대학생인 루드릭. 그는 인기많은 여학생 마르케타와 사귀어 보려 노력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으나 그녀에게 농담이 적힌 엽서 한장을 보냄으로써 많은것들이 바뀌게 된다. 사상을 의심받고 당과 학교에서 추방되었을뿐 아니라 군대에 떨어지게 된다. 5년의 군대생활에서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그곳의 동료들과 어울리고, 루치에라는 여자를 통해 사랑을 맛보았을 때. 그러나 그의 실수로 그녀가 떠나가게 되고.. 그는 제대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학업을 계속해 그가 원하던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루치에에 대한 추억, 그리고 그를 당에서 축출하는데 앞장섰던 제마넥에 대한 분노, 역사가 자기에게 행했던 부당성에 대한 억울함으로 가득찬 루드릭은 15년 뒤 고향인 모라비아로 돌아온다.

 

 사실상 내가 한 여자에게서 좋아하는 것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그녀가 내게 다가오는 방식, <나에게> 그녀가 의미하는 그 무엇이다...  햄릿에게 엘시노어 성, 오필리아, 구체적 상황들의 전개, 자기 역할의 <텍스트>가 없다면 그는 대체 무엇이겠는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하고 환상 같은 본질 외에 그에게 무엇이 더 남아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루치에도 오스트라바의 변두리가 없다면, 철조망 사이로 밀어넣어 주던 장미, 그녀의 해진 옷, 희망없던 내 오랜 기다림이 없다면, 내가 사랑했던 루치에가 더 이상 아닐지도 모른다.  -232p

 

제마넥의 부인인 헬레나를 소유함으로 제마넥을 골탕먹이고 싶었던 루드릭의 계획은... 변해가는 역사 속에서 잘 적응하고 있으며, 젊고 아름다운 애인까지 둔 그의 모습에 처절하게 무너진다.

 

'지금 말씀하신 건 그럴듯하게 들리긴 하죠. 하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회의적이신데 벽과 무대 장치를 구별지어 주는 분명한 근거를 어디서 찾으시죠? 당신이 비웃는 환상이 정말로 단지 환상이기만 한 것일까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나요?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어쩌죠? 또 그것이 가치 있는 것들이고, 당신은 그 가치들을 파괴하는 사람이라면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더럽혀진 가치나 가면이 벗겨진 환상은 둘 다 한심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둘은 아주 비슷해서 혼동하기가 아주 쉽지요' -17p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놀라서 읽게 된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 농담으로 인해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의 사상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변해가는 역사의 흐름과 가치 속에서 얼마나 부질없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루드릭, 헬레나, 야로슬라브, 코스트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각자의 다른 생각과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상과 현실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없는 인간상에 대해 말하는 듯 하다. 한번 읽고 다 알 수 없는 책이기에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