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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미국 역사상 선거 기간 동안 상대당으로부터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곤욕을 치르면서 영부인이 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남편으로 인해 그런 곤욕을 치르는 것은 대통령 출마자를 남편으로 두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당사자인 오바마는 거의 풍문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도 재미있기는 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셸 오바마도 백악관의 안주인이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영광된 자리에 오른 것 같기도 하고 하늘로부터 복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현재에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그동안의 성장과정은 그녀를 단련시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바마와는 달리 미셸은 미국의 전형적인 흑인 노예의 후손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이 심함은 과거 역사기록은 물론 간간히 들려오는 언론으로부터 잘 알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얼마나 고난의 삶을 살았는지는 자명하다. 이런 예로 한국인의 경우 전쟁영웅 김영옥 대령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동양인이나 흑인이나 과거의 미국에서의 편견은 극복하기 힘들었음이 잘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청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그녀에게 승부욕을 돋우는 오빠와 지내면서 그녀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오빠가 운동에 소질을 보이면서도 학업에 있어서 우수함을 알고 그녀도 오빠가 하는 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뒤처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며, 아버지가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으며, 어머니의 학구열에 부응하여 초등학교에서도 영재반에서 수업을 하였다. 이런 모습은 미셸이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현실을 알고 오빠를 벗이자 경쟁자로 삼아 학업을 추구한 것으로 이미 당시부터 철이들고 책임감 있는 아이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미국의 현실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의 학구열이자 도전 정신은 집에서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당시 시카고의 영재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만들었다. 그 곳에 진학해서도 그녀는 자기 자신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진학에 있어서도 진학상담 교사의 아이비리그 진학 반대를 거부하고 당당히 프린스턴대에 입학한다. 이것은 단순한 반항기가 아닌 오빠가 이미 진학을 했고, 프린스턴이라는 대학교가 시험성적 만이 아닌 다른 요소를 고려한다는 자신만의 판단에 기인하는 것으로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내린 결론이라 생각할 수 있다.

대학시절은 그녀에게 인종에 대한 문제를 심오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프린스턴 대학교라는 곳이 소수 인종의 입학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했고, 특히 여학생의 입학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참고로 흑인은 1947년에 소수인종 여학생은 1969년에 처음 허용되었다고 한다. 아마 한국에 이런 대학이 있다면 이런 정책이 지속되기 전에 학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주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그로 인해 그녀는 당시의 학교 내 사교클럽 가입보다는 스디븐슨 홀(사교와 학문 연구면에서 대학이 새로운 흐름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주도 운동의 일환으로 세워진 대안 학생회관)이나 소수 인종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제3세계 클럽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과정을 거친 그녀가 4학년때 쓴 '프린스턴에서 교육받은 흑인과 흑인사회'라는 논문은 당연한 생각일 지 모른다. '프린스턴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내가 흑인임을 또렷이 깨닫게 되었다. 백인 교수들과 동급생들이 나를 편견없이 대하여 노력해도 나는 때때로 캠퍼스의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마 이 문구가 당시의 그녀를 대변하지 않을까....

프린스턴 졸업 후 그녀는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였고 로스쿨 기간동안 학생들이 운영하는 법률 상담소에서 활동을 하였다. 로스쿨 졸업 후에는 시카고 대형 법률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는데, 이곳이 버락과의 인연이 이루어진 곳이다. 사람들의 인연이란 이런 면에서 우연이라는 곳이 작용하는 것 같다.. 아니면 운명인지도.. 하계인턴 사원의 멘토로서 임무를 맡게 된 미셸은 버락과 같이 시간을 보냈다. 버락은 그녀를 보고 '사랑스러웠다'고 표현했고 그 후에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하는데, 미셸의 입장에서 수용하고는 싶어도 수용하지 못할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흑인여성이 당시에 얼마나 있었을까.. 즉 입지의 문제와 연관해 볼 때, 멘토와 인턴 사원이 사귄다면 소문이 많을 것 같다.. 한국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가 주관하는 지역사회 모임에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의 생각에 반하였고, 그와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족들에게 소개까지 한다. 책 속에서 나오는 가족들의 반응은 '...버락을 불쌍하게 여겼다.', '한편으로는 이 남자도 얼마 못가겠구나. 안됐다.'라고 언급되어 다소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지만, 미셸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남자관을 알 수 있게 하고 그런 그녀를 매료시킨 버락을 오히려 드높이는 문구로 반복해서 읽을수록 여겨짐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른다. 3년간의 데이트 끝에 그들은 결혼을 하였고, 미셜은 법률회사가 아닌 시카고 시청의 민원 해결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돈보다는 만족감을 위한 결정이었다. 시청에서 일한 1년 후 그녀는 자원봉사활동과 교육을 결합하여 장래 지역사회 운동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공공연대 지부장이 되었다. 4년간 지부장을 하면서 그녀는 공공연대 CEO인 폴 슈머가 그녀를 '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평가할 정도로 그녀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1995년 버락이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에 출마하고 1996년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시카고 대학교 학생처 부처장 겸 사회봉사센터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봉사활동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점은 남편의 정치적인 야망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열정을 추구하는 미셸의 인생관을 볼 수 있는데, 한국 사회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서 아내는 헌신을 다하는 것이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생각은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잘 반영하지 않나 싶다.

1998년 첫딸이 태어났지만 미셸의 일은 변함이 없고 버락은 정치인으로서 활동을 함과 동시에 시카고 대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버락은 2000년에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하여 낙선하기도 하였다. 이런 남편의 상황에 대해 미셸은 버락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을 기대했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나 가정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것이 아내의 심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기 때문에 이 내용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 점은 미셸과 버락 사이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었지만, 부각이 되지 않은 점은 미셸의 버락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이라는 바쁜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버락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셸이 그를 이해했기 때문에라는 것이 더 큰 판단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2001년에는 둘째 딸이 태어났고 미셸은 시카고 대학병원에서의 지역반면 버락은 2004년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구상하고 있었다. 미셸과 버락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그들은 경제적인 곤란을 겪었다. 이를 타판하기 위해 버락은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책 속에서 미셸은 버락의 출판계획에 대해 '책을 쓰겠다. 잘해보시지. 차라리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황금알을 가지고 내려오겠다고 하지.'라고 표현하여 미셸이 얼마나 비관적이었으면서 그들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는지 암시하고 있지만, 남편의 일에 대해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그녀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2006년 버락이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07년 2월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 했다. 미셸은 후보의 아내로서 선거운동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딸들의 축구경기나 발레 발표회와 같은 가정의 행사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이것은 가정이 그들의 보금자리이면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곳이라는 생각에 기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미셸은 버락의 선거 운동을 하면서 '흰둥이 문제', '베이비 마마', ' 테러리스트의 주먹질',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조국이 진정 자랑스럽다.' 등의 문제로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신공격에도 불구하고 버락과 미셸은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책의 말미에 미셸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너희들이 꿈꾸고 성취하는 한 너희들의 성취에 한계란 없단다.' 아마 버락이나 미셸이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편견의 아픔을 극복하는데 그들은 꿈과 성취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네 아이들에게 꿈이 있을까..그리고 이것을 성취하려는 노력이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스스로에 의한 것이기를 바란다. 미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시절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한 자신의 의지였다. 자율과 타율의 경계속에서 미셸과 같은 인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자율에 의해 학업을 해 나아가길 바라는 것은 나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