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문학작가들 중에서 가장 나와 상성이 잘 맞는 작가로 꼽는 분이 바로 무라카미하루키 작가님이다. 일본 소설하면 내 안의 기준이란 ’잔잔함’ 혹은 ’파격에 가까운 소재’등으로 기억되는데 이 분의 소설속에서는 이 두가지가 다 들어있는 느낌을 받는다. 아니 어쩌면 모두다 없는 지도 모른다.

 

작품마다 다른 분위기로 나의 시선을 압도하는 그의 글은 새로 접할때마다 나에게 새로움을 주곤 하기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정의 내리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이 먼 북소리라는 그의 에세이는 소설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내게 생생함을 전달하고 있다. 눈을 뗄수 없게 몰입하도록 하는 그의 여행기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일상속의 비일상을 쫓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여행기라기엔 그 흔한 음식사진이나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명소지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오로지 그의 ’글’속에서 그 사진보다 더 생생한 여행을 느끼게 해준다.

 

표지가 조금 옛시대적인 풍미(?)가 들어있기도 하고 실제 이 글을 쓴 시기가 십여년도 더 전이다보니 살짝 지금의 느낌과 다를법도 한데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내가 이 여행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그가 가진 ’글’의 힘이기도 하고. 나와 가장 잘 맞는 글솜씨에 홀려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금새 끝이 나고 말아버리니 말이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올해, 앞으로의 인생계획중에 ’여행’도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도 하루키처럼 어디선가 먼 북소리가 들려올때 과감히 일상을 떨치고 세상으로 여행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