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하면서 느낀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좋아요'라는 것의 기능이 무엇인지, 왜 그에 반대되는 '싫어요'라는 것은 없는지, 어디에 위치해있다는 정보를 보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수많은 친구들의 글 중에서 어떤 것은 내 페이스북에 업데이트가 되는데 어떤 것은 직접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건지, 알림기능에 뜨는 것들은 어떤 근거로 나에게 알려주는 것인지 그런 의문들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뒤에 숨겨져있는 복잡한 사정들을 알 수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어버린 개별화의 의미와, 역시나 그 뒤에 내재되어 있는 자본의 탐욕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잘 거론되지는 않지만 간간이 회자되던 맞춤형 광고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지, 우리가 인터넷 상에 남기는 수많은 방문기록과 열람기록, 개인정보들이 정작 자신들은 모르는 채 어떻게 거래가 되는지 알게 되면 인터넷 사용이 꺼림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SNS나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엔진과 이메일,문서편집기 등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테러같은 비상시국에서는 얼마나 무책임하게 개인정보의 열람이 허용될 수 있는지 알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911사태 때 테러세력의 배후를 알게 해준 유용한 소스가 개인정보의 데이터를 거대기업들에 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 회사 '엑시엄'의 개인정보들 덕분이라는 걸 알게되면 점점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영화처럼 되는건 아닐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엑시엄'이라는 회사가 96퍼센트의 미국인과 전 세계 5억 명에 대한 엄청난 양의 개인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 생각이 허황되지 않다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가족의 이름, 현재와 과거 주소, 신용카드 수수료를 얼마나 자주 지불했는지, 어떤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뭘 먹이는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어떤 처방을 받아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등 엑시엄이 보유한 데이터 리스트는 대략 1,500가지에 달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상점을 방문한 98퍼센트는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떠나지만 리타겟팅의 대상이 되어 수많은 광고에 시달리는 건 기술의 진보가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온라인에서 운동화를 사려고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였다가 사지 않고 떠났는데 이후 간밤에 로그인한 게임 사이트나 좋아하는 블로그 옆에 운동화 광고가 따라다닌다면 아마도 구매확률은 올라갈테니 현재의 자본이 좋아할 만한 기술의 진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읽었던 인상깊은 글이 기억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수많은 규제가 있지만, 우리가 더이상 그것을 규제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규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된 채 규제로 남게 됩니다. 과거시대에는 없었던 수많은 규제들이 우리가 더이상 규제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 시행되어지는 수많은 개별화와 조종들이 더이상 그런 쪽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되니 섬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페이스북을 하는 것도 머뜩찮게 생각되고, 인터넷상에서 쿠키를 자주 삭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클라우딩 서비스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직 고착된 상태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지만 지난세기부터 이어져온 자본의 행태를 생각해보면 왠지 부정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깨어있으려 노력하고, 다르게 생각하려 노력하고, 이면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되는 현실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것만 같습니다.